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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에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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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서울 365 스트리트 패션쇼가 열린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에서 모델들이 워킹을 선보이고 있다. / 김정근 선임기자

2019년 9월 서울 365 스트리트 패션쇼가 열린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에서 모델들이 워킹을 선보이고 있다. / 김정근 선임기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직격탄을 맞은 패션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바깥 활동이 줄면서 소비자들이 의류·패션 매장을 찾는 발길도 끊긴데다 패션 제품을 소비하는 성향에도 변화가 일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는 국내와 해외, 글로벌 기업과 중소 납품업체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밀어닥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러한 와중에도 시대의 변화를 감지해 소비와 생산 측면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데이터·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합리적인 소비를 원하는 수요에 발맞춰 입고 꾸미는 데에도 ‘맞춤형’ 대안이 속속 제시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그룹 맥킨지는 지난해 말 발표했던 ‘2020 글로벌 패션 전망 보고서’를 지난 4월 수정해 다시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크게 달라진 세계 패션시장과 업계의 변동을 반영했다. 수정된 보고서를 보면 “글로벌 패션기업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2개월 동안만 매장 영업을 중단했을 경우에도 80%가 심각한 자금난으로 파산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됐다. 올해 초 약 3070조원에 달했던 글로벌 패션기업들의 시가총액 40% 정도가 코로나19 사태로 증발해버린 상황에서 “이대로라면 올해 패션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27~30%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색상·패턴·장식·소재 등 특성 재조합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패션기업만이 위기를 겪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차원의 생산·유통체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국내 패션·섬유산업 수출·납품업체에도 이미 위기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한국 의류벤더 섬유산업을 살려주세요’라는 청원에는 “미주에 의류 수출을 하는 벤더 업체들은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으로 구매자의 일방적 구매 취소, 선적 취소, 대금 지급 거부를 당하고 있고 구조조정이 시작됐다”며 고충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올라왔다.

수출뿐 아니라 내수 역시 위기이긴 마찬가지다. 패션 브랜드마다 조금이나마 재고를 줄이기 위해 ‘떨이’로 큰 폭의 할인행사를 계속하고 있다. 재고를 정리하는 것보다 심각한 것은 매출이 부진한 브랜드를 중심으로 사업 철수가 이어지면서 대규모 해고·퇴직 수순을 밟는 상황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이미 국내에선 알 만한 패션기업마다 관리자급 임직원들이 회사를 떠나고, 퇴직 압박이 모든 직급에 미치고 있어 나 자신도 한 달 뒤 이직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어렵지만 최근 떠오르는 ‘비대면’ 추세가 확산되면서 의류나 신발, 잡화 등 패션상품을 직접 보거나 입지 않고도 ‘취향저격’에 성공하려는 시도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데이터 기반 맞춤형 의류 제공 스타트업으로 성공한 미국의 ‘스티치 픽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스티치 픽스는 기성 업체들의 패션상품을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가 소비자들이 직접 작성한 자신의 취향과 체형 등 데이터를 바탕으로 알고리즘에 따라 맞춤형 상품을 보내주는 식으로 인기를 얻었다. 빅데이터 과학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사람의 눈으로 추천 제품을 선별하기 위해 스타일리스트의 의견도 조합한다. 게다가 단순히 기성복 안에서만 제품을 골라 보내주는 것을 넘어 기존에 인기가 많았던 색상·패턴·장식·소재 등의 특성을 재조합해 이전까지 없었던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하기까지 한다.

패션에 대한 감각은 개인마다 천차만별이고, 안목에 자신이 있다는 소비자들조차 자신이 원하는 미묘한 지점을 콕 집어 포착하기 어렵기 때문에 스티치 픽스의 이런 시도는 호응을 얻었다. 고객들이 스티치 픽스에 제출하는 자신의 데이터 항목에는 신체 치수나 선호 스타일 외에도 여가를 보내는 방법이나 세탁주기 등에 이르기까지 상세하게 구분된 내역이 50여 개에 달한다. 국내에선 이 정도로 세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업체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각 패션업체의 온라인 쇼핑몰이나 플랫폼에서 개인별 구매·조회 내역을 바탕으로 보다 선택의 폭을 넓히는 추천 서비스는 이미 보편화되고 있다.

계절과 무관한 ‘시즌리스’ 제품도

위기를 맞은 패션 분야의 변화는 업계의 동향뿐 아니라 생활 속 패션 소비에도 잘 나타난다. 직장에 정장을 입고 출·퇴근하던 시절과는 달리 활동이 편하면서 실내·외 어디에서든 착용할 수 있는 간결한 ‘하이브리드 캐주얼’ 패션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구매가 늘어났기 때문에 사진과 실제의 차이가 크지 않고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는 현상도 변화의 한 단면이다. 이에 따라 LF·삼성물산·코오롱FnC 등의 패션업체에서도 온라인 유통을 전담하는 브랜드를 신설하는 등 소비자들 사이에서 바뀌고 있는 흐름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특히 ‘시즌리스’라는 표현으로 요약되는 변화도 최근 패션 분야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계절 변동과 무관하게 신제품 출시는 줄이고, 과다 생산된 뒤 유행이 지나면 빠르게 폐기되는 패션제품이 미칠 환경적 영향을 고려하겠다는 취지가 담겼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구찌가 그동안 업계의 오랜 관행으로 계절에 따라 신제품을 출시하던 전략을 수정하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계절마다 신제품을 발표하고 화려한 패션쇼를 통해 브랜드의 위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자원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신 패션업계는 계절에 무관한 제품 위주로 소량씩 자주 출시하며 변화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계절을 타지 않는 기본 아이템을 위주로 한 브랜드를 내놓는가 하면, 빠른 유행의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 해당 계절마다 단기적으로 소비될 제품을 전면에 내세웠던 ‘패스트패션’ 브랜드들도 유행을 덜 타는 제품들 위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이와 함께 계절 특성이 강한 겨울 외투나 코트, 패딩점퍼 등의 방한 의류도 온라인을 통한 판매통로가 늘어나면서 계절과 무관하게 상시 판매하는 현상 역시 이제 낯설지 않은 변화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한편 실속있고 합리적인 패션 소비를 원하는 흐름에 맞춰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게 쉽지만은 않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의 취향을 분석하는 데에는 패션업계의 근본적인 체질 변화가 필요하고, 온라인으로의 판매방식 전환 역시 경쟁에서 앞서는 데만 치중하다 고유의 개성을 잃어버릴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의 성낙환 책임연구원은 ‘패션 기업? 데이터 기업!’ 보고서에서 “스타일을 꾸미는 데 익숙하지 않아 전문가로부터 제품 추천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비록 온라인에서 비대면 방식으로 구매하더라도 오프라인 매장 직원이나 스타일리스트가 제공하는 세심한 대응을 여전히 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작 고객이 불만을 느끼는 지점이 뒷전으로 밀리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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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7, 2020 at 01:32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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