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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현대·기아차 산재 사망 노동자 자녀 채용 단협 무효 아니다”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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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7 14:33 입력 2020.08.27 21: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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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합의체, 원심 판결 파기

일자리 대물림 논란 속 “현대·기아차 단협 무효 아냐”
“결격 사유 없는 자녀 채용, 공정성 저해라 볼 수 없어”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노동자의 자녀를 사측이 특별채용하기로 정한 단체협약은 무효가 아니라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단했다. 정년퇴직자나 장기근속자와 달리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노동자의 자녀 특별채용은 노동자 희생에 대한 보상과 유족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는 이유에서다.

27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업무상 재해로 숨진 A씨의 유족이 A씨 자녀를 채용하라며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인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현대·기아차에서 근무하던 중 화학물질인 벤젠에 노출돼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숨졌다. 유족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에 대해 결격사유가 없는 한 특별채용하도록 한다’는 단체협약 규정을 들어 A씨 자녀를 채용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원심은 자녀 채용을 규정한 단체협약은 무효라면서 사측이 A씨 자녀를 채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자녀 채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된다’고 했다.

민법 103조는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한다. 원심은 단체협약의 체결이 사적 자치의 영역에 있다 하더라도 그 내용이 민법 103조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결국 불특정 시점에 불특정인과 고용계약을 체결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은 사용자의 채용 자유를 현저히 제한하고, ‘일자리 대물림’으로 채용지원자의 기회 불평등을 야기하는 등 사회의 정의 관념에 반한다고 원심은 봤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지난 6월 공개변론을 열었다.

대법원은 심리 끝에 자녀 채용 단체협약은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일단 단체협약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단체교섭권의 행사에 따른 것이고 노사 협약자치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단체협약 내용이 민법 103조에 위배되는지를 법원이 판단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조합원이 업무상 재해로 사망하는 등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직계가족을 채용하기로 한 단체협약은, 그 단체협약이 사용자의 채용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채용 기회의 공정성을 현저히 해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는 한 민법 103조 위배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근로자의 가족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소중한 목숨을 잃어버린 근로자의 특별한 희생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는 것”이라며 “가족 생계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약자를 보호 또는 배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규정”이라고 밝혔다. 가족의 생계를 담당하던 노동자가 갑자기 사망하면 유족들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근로기준법과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상은 충분치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단체협약으로 자녀 채용을 정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현대·기아차가 1990년대부터 자기 의사에 따라 단체협약을 체결했고, 장기간 자녀 채용을 해왔으며 자녀라고 무조건 채용하는 게 아니라 결격사유가 없을 것을 요건으로 두고 있는 점 등도 감안했다. 2013~2019년 신규 채용 인원 중 산재 유족의 비율은 0.1%가 안 된다. 다만 이기택·민유숙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내고 절실하게 직장을 구하는 구직희망자를 희생하거나 일부 유족만 보호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대법원 판결을 환영했다. 금속노조는 기자회견에서 “사업주가 의무를 위반해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본 경우 그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산재로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생계 보호를 위한 기업의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 이 단체협약의 의미”라며 “판결이 사업주와 정부가 자신들의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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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7, 2020 at 12:33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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