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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 성패에 정권 명운 달렸다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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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노원구의 한 부동산에 전월세, 매매 매물 안내문이 창문에 가득 붙어 있다.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서울에 전월세 매물이 줄어들면서 신규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10일 노원구의 한 부동산에 전월세, 매매 매물 안내문이 창문에 가득 붙어 있다.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서울에 전월세 매물이 줄어들면서 신규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14일 서울에 36만호 등 수도권에 주택 127만호를 짓는 신규주택공급안을 발표했다. 정확히 말하면 이 안은 정부가 발표한 8·4 부동산 공급대책의 보완책이다. 8·4 공급대책을 두고 야권 등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3번째 대책이라고 비난했지만 정부의 셈법은 다르다. 이번에 내놓는 안이 몇 차례인지 세보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정부는 연일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주택문제가 당면한 최고의 민생과제가 되었습니다. 되풀이되는 주택시장의 불안에 대해 정부·여당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전방위적이며 전례 없는 수준의 대책을 마련했고, 국회 입법까지 모두 마쳤습니다. 이제 정부가 책임지고 주거정의를 실현해 나가겠습니다. 실수요자는 확실히 보호하고, 투기는 반드시 근절시키겠다는 것이 확고부동한 원칙입니다.”

8월 1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다. 코로나19와 장마 재난복구 문제를 서두에 언급한 뒤 본론 격으로 꺼내놓은 말이다. 문 대통령은 “불로소득 환수와 대출규제 강화로 투기수요를 차단하고, 주택공급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과 함께 세입자 보호대책까지 포함한 4대 방향의 정책패키지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두고 “주택·주거 정책의 종합판”이라고 평가했다. 투기억제와 부동산 안정을 위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모두 다 쓰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런 종합대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열현상을 빚던 주택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고, 앞으로 대책의 효과가 본격화되면 이런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리라 기대한다”고도 말했다.

■“집값 상승세 안정” 발언 야권 맹비난

그러나 야권에서는 이 같은 대통령 인식이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8월 1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이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크게 상처받은 국민 가슴에 염장을 지르는 것”이라며 “청와대는 신문도 안 보고 여론청취도 안 하나”라고 맹비난했다. 안 대표는 “이 정권의 부동산 실패는 규제 일변도 정책과 공급불안, 정부정책 불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성난 민심을 수습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대통령이 진심으로 정책 실패에 대해 사과하고 관련 장관과 참모들을 경질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석보좌관회의 이후 청와대 수석급 참모들이 잇따라 물러났지만 정작 안 대표가 언급한 ‘부동산 관련 장관이나 참모’들, 구체적으로 부동산 관련 정책 결정라인인 홍남기 경제부총리나 김상조 정책실장 등의 경질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같은 날 국회. ‘임대차 3법 개정 세입자 보호의 시작이다’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 등 시민단체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그리고 윤호중·박홍근·백혜련·박상혁·심상정·김진애 의원실 주최로 열렸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10년 전 이 법을 박영선 의원이 발의해 같이 토론했던 기억이 난다. 10년이 지나 머리는 하얘졌지만 토론자들은 그대로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진애 의원이 밝힌 소회다. 임대차 3법 개정안은 김 의원의 21대 국회 1호 법안이었다. 그는 덧붙였다. “이 법이 법사위를 통과하게 될지는 몰랐다. 어쩌다 법사위원이 되어 법사위원으로서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해서 기뻤다.” 부동산 및 임대차 3법이 발의 뒤 이틀 만에 국무회의를 통과, 즉각적으로 시행된 것에 대해 야권과 보수 매체는 부작용을 말하지만, 여권에서는 이미 10년 넘게 논의되어온 법안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다는 인식이다.

잠실새내역 인근 부동산. |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잠실새내역 인근 부동산. |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이날 토론회에 주발제자로 참석한 이강훈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는 “법 통과 후 일부 언론에서는 전세가 월세로 급격하게 전환할 것을 예측하는 기사를 거의 매일 쏟아내는 데 실제 대부분의 임대인이 자금을 동원해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에 과장된 것”이라며 법 통과 이후 보증금은 큰 변동 없이 월세가 일부 증가하는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7월 30일,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국회 본회의 연설로 깜짝 화제를 모았던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내놓은 향후 부동산 시장전망-임대차법 개정으로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만 남게 될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정책 효과, 시장감시기구 시각차 갈려

문 대통령은 8월 1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대책의 실효성을 위해 필요 시 부동산 시장 감시기구 설치도 검토하겠다”고도 말했다. 감시기구 설치와 관련해서도 시각차는 극명하게 나뉜다. 구재이 한국납세자권리연구소장(세무사)은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을 통해 “상설감독기구 설치는 이제까지 ‘안정화 대책’과는 완전히 결이 다른 부동산투기 사전방지대책”이라며 “천정부지로 오른 부동산 가격을 취임 전 수준으로 내리고 한국에서 주택 부동산투기는 이제 끝이 났다는 것을 보여줄 유일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상훈 통합당 의원은 반박자료를 내고 “정부는 설치하겠다는 부동산시장감시기구의 모태가 될 부동산 대응반을 이미 2월부터 설치해 활동해왔는데, 국토부로부터 자료를 받아 검토해본 결과 내사완료 110건 중 55건이 ‘혐의·증거 없음’이었고 실제 입건은 18건, 기소는 6건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공포 분위기 조성용 전시행정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현 상황을 면밀히 볼 필요가 있다. 서울 집값이 오른 것은 실수요자에 대한 공급 부족 때문이 아니다. 엄밀히 말해 주택으로 재산을 불리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투자할 만한 좋은 상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시장공급이 못 쫓아가는 것은 실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 목적인 사람들의 부동산 수요다.”

국회 국토위 소속인 천준호 의원(민주당)의 말이다. 정부 정책은 집을 투기 내지 투자대상으로 보는 사람들이 아니라 거주에 필요한 실수요자에게 주택공급 초점을 맞춘 것인데,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이나 언론은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국민일보 서영희)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국민일보 서영희)

■탄핵 이후 4년 만에 여·야 지지율 역전

어찌 됐든 총력전 양상이다.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인식이다. 부동산 시장을 잡겠다는 정권과 집권당의 시도는 성공할 수 있을까.

“역대 정권을 보면 부동산을 경기활성화 수단으로 사용했고, 그래서 ‘부동산 불패’ 신화가 만들어진 것도 사실이다. 정부·여당으로서는 일종의 각성효과이지 않나 생각한다. 그동안 사회양극화와 경제민주화를 주장해왔는데 보다 근본적인 문제, 자산양극화가 배후에 놓여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자산양극화를 해소하라는 것이 지금의 시대정신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20년 넘게 관련 정책에 관여해온 민주당 인사의 말이다. 이 인사는 이것을 ‘부동산 민주화’로 요약했다. “역사의 긴 과정을 보면 어느 세력이 시대정신을 붙들고 충실히 그 과제를 충실히 이행했느냐에 따라 국민의 선택을 받는다. 무상급식을 우리가 들고 나왔을 때 반대편에서는 ‘빨갱이’라고 비난했지만 결국 표를 받았다. 경제민주화가 이슈였을 때는 박근혜가 노인연금 20만원을 내놓으니 성공했고, 적폐청산도 박근혜가 못 하니 (정권을) 우리에게 준 것 아닌가. 우여곡절은 있을지 모르지만,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좌표를 놓지 않아야 한다.” 그는 어차피 “칼을 뺀 이상 성과를 내서 끝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럴까. 8월 13일 발표된 정당지지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지난주보다 1.7% 하락한 33.4%를 받았다. 반면 지난주 대비 1.9%를 더 받은 미래통합당은 36.5%로, 오차범위 내에서 1위 지지정당이 역전됐다. 2016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4년 만의 여·야 지지율 역전이다.(tbs-리얼미터 여론조사, 오차범위 95% 신뢰수준 ±2.5%p.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주택자 종부세 강화여론은 찬성과 반대가 각각 47.5%로 팽팽히 맞섰다.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 대책이 성공할지에 대해 시민사회의 예상은 대체로 회의적이다.

“집권 초인 2017년 초반에 지금과 같은 정책을 내세웠다면 성공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모든 책임을 투기꾼 탓으로 돌리며 투기세력을 잡으면 된다는 생각은 오산이다. 소수의 악의를 가진 투기꾼의 장난 때문에 현재 부동산 문제가 생겼다는 인식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지난 8월 12일 통화한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의 말이다. 그는 “현재 정부가 내놓고 있는 부동산 대책은 시장상황에 대한 단기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정부의 큰 정책 방향은 과다 보유자만 규제하는 쪽으로 잡았다. 그런데 부동산이 주택이나 아파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상가나 토지도 있다. 투기가 있다면 분명 그쪽으로 이동할 것인데 그것은 언급도 안 한다. 정부가 보유세나 종부세를 이야기하지만 빌딩이나 상가는 손도 안 대고 있다. 그쪽으로 문제가 번지면 또 그때 규제책을 발표할 것인가.”

청와대의 부동산 문제에 대한 인식이 여론과 괴리되어 있다는 주장과 관련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실제 여론 동향을 꼼꼼히 검토해보면 찬반 입장을 적극적으로 내놓은 쪽은 진보·보수 핵심지지층 및 실제 다주택보유자 등 이해당사자들”이라며 “문제는 일부 언론이 실제 통계에서 잡히지 않는 무주택자그룹이 아닌 이해관계를 가진 소수집단을 과대 대표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구구조 변화로 주택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본 것이나 한국처럼 격차를 따지는 나라에서 공공임대에 대한 세련된 공급대책을 준비하지 않았던 것, 그리고 자금시장에서 코로나로 인한 경제위기가 심각할 것으로 보고 이자율을 낮추면 유동성이 투기수요로 갈 수 있다는 것을 너무 늦게 인지하는 등은 정책적 실수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강력한 대책을 내놓자 일시적으로 부동산으로 몰렸던 유동성이 다시 주식시장 등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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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15, 2020 at 01:36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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