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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묘·차례는 온라인으로?…한달 남은 추석 이모저모 - 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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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5 17:07 입력 2020.09.05 17: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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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방역 조치를 전국으로 확대 적용한 8월 23일 서울역이 한산하다. 연합뉴스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방역 조치를 전국으로 확대 적용한 8월 23일 서울역이 한산하다. 연합뉴스

정오부터 시민들이 몰려 자정에는 600여명이 용산역광장을 채웠다. 돗자리와 신문지를 깔고 앉은 채 요깃거리를 들며 밤을 새웠다. 이튿날 오전 9시 시작하는 호남선 추석 열차표를 사기 위해서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40대 김씨는 “어제 오전 7시에 나와 맨 앞줄을 차지했다”고 했다. 추석 3개월 전 귀성표를 팔던 1994년 5월, 한 통신사가 전한 풍경이다. 인터넷 예매가 가능해진 2000년대에도 귀성표 예매 행렬은 변하지 않았다. 시기와 정도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지난해에는 온라인에 배정된 표가 80%로 많았지만 많은 시민이 부지런히 역으로 나왔다.

매년 되풀이되던 광경이 올해는 사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한국철도는 올해 온라인·전화를 통해 100% 비대면 예매를 진행한다. 입석표만 없앨 계획이었지만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높아지면서 창가 좌석만 발매하기로 했다. 추석이 한달 앞인데도 들뜬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곳곳에선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 시대, 추석 준비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명절 만남도 ‘비대면’으로

“이번 명절은 직계가족끼리 보내겠다.”

온라인 쇼핑몰 티몬이 지난 8월 27~30일 이용자 1500명을 조사해보니 47%가 이같이 응답했다. 18%는 직계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만남을 줄이는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가 확산해 조심할 필요가 있어서’(79%)였다. 예년과 똑같이 진행하겠다는 응답은 11%에 그쳤다.

인천에 사는 강모씨(54)는 “차례를 지내는 대신 추석 전날 식구들끼리 외식을 하곤 했는데 (코로나19 확산세가) 이대로 라면 만나지 못할 것”이라며 “모두 가까이 사는데도 인원이 10명 넘다 보니 올해는 모이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핵가족화 등 세태가 달라지면서 벌초대행 서비스가 매년 늘어왔지만, 올해는 특히 문의가 많다고 한다. 명절 연휴 기간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추모원도 늘고 있다. 제례실을 폐쇄하고 셔틀버스도 운영하지 않는다. 경기도 고양의 한 추모공원은 “다가오는 명절, 고인을 추모하려는 마음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또다시 지역감염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어 예방을 위해 시설 방문 자제를 강력히 요청드린다”고 공지했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은 9월 21일부터 온라인 추모·성묘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정, 차례상, 사진첩으로 온라인 추모관을 꾸미고 추모글을 남겨 SNS로 공유할 수 있다. 현재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이 전국 장사시설을 대상으로 이용신청을 받고 있다. 인천시는 인천가족공원에 안치된 고인 유족들이 성묘와 차례를 온라인으로 지낼 수 있도록 자체 서비스에 나섰다. 이 공원의 하루평균 이용객은 3000여명에 이른다.

제주도는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9월 1일 자신의 SNS에 “제주의 청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벌초 시기와 추석 명절에 수도권에서의 왕래를 최대한 자제해달라”며 “한순간의 방심이 지역사회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지난 8월 최대 명절인 오봉 연휴를 앞두고 도쿄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지자체장들이 고향에 가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여행 장려 캠페인을 지속하는 등 엇박자를 보였다. 지난 4월 중국 청명절 연휴 때는 각 지방정부가 성묘 금지, 온라인 제사 권장과 같은 조치를 내놨다.

올해 11월 26일인 미국의 추수감사절도 변화를 맞고 있다. AP통신은 “전문가들이 줌(화상회의 플랫폼)을 통한 추수감사절 계획을 짜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파가 몰리는 ‘블랙 프라이데이’ 풍경은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시애틀에 사는 캐시 도킹(44)은 암 생존자인 부모에게 “추수감사절은 페이스타임(아이폰 이용자들끼리 사용할 수 있는 무료 영상통화)에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건강과 위생은 올 추석 선물 트렌드로 떠올랐다. 홍삼이나 유산균 같은 건강기능식품이 불티나게 팔리는가 하면 마스크와 손소독제로 구성된 위생 선물세트까지 등장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영향으로 선물세트 사전 예약 판매도 급증했다. 오프라인 중심인 편의점·백화점 업계도 비대면·배송 서비스에 힘을 주고 있다.

8월 21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 위생 선물세트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8월 21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 위생 선물세트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추석, 또 다른 불씨되지 않도록

극장가는 깜깜하기만 하다. 송중기·김태리 주연에 제작비 240억원을 들인 영화 <승리호>는 추석 대목을 노리고 9월 23일 개봉하려 했다. 코로나19 상황이 나빠지면서 기약 없는 연기에 들어갔다. 또 다른 추석 기대작이었던 차승원·김성균 주연의 <싱크홀>도 겨울 개봉으로 방향을 틀었다. 세 차례 연기 끝에 8월 26일 개봉한 할리우드 대작 <테넷>이 침체된 극장가를 끌어올려 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강화된 거리 두기로 고전하고 있다. 개봉 첫날 13만 관객을 동원한 뒤 일일 관객수가 3만명대까지 떨어졌다.

‘아육대’로 불리는 MBC 명절 특집 예능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는 체육관에서 진행하던 경기종목을 전면 취소했다. 야외에서 최소한의 인력으로 가능한 e스포츠와 어질리티(반려견과 함께 뛰면서 각종 장애물을 통과하는 놀이) 종목만 진행하기로 했다. KBS 2TV ‘2020 한가위 대축제 대한민국 어게인’에선 가수 나훈아가 15년 만에 방송 출연에 나선다. 코로나19로 공연을 열 수 없게 되면서 비대면 방식의 방송 무대를 택한 것이다. 객석을 메우던 관중들은 ‘랜선 방청객’이 된다.

추석이 코로나19 재확산의 또 다른 불씨가 될까 불안감이 높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추석 연휴 동안 타지역으로 이동을 제한해달라는 청원이 여러 건 올라와 있다. 한 청원자는 “코로나로 인해 명절 활동을 자제하고 싶어도 보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집이라면 제사를 지내기 위해 명절 모임 참석을 강요하는 예도 많다”며 “정부에서 확실한 지침을 내려야 하며 일부의 비난이 있더라도 공익 차원에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진 증가추세를 안정시키는 데 주력하고 향후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9월 2일 브리핑에서 추석 연휴 이동제한 검토 여부와 관련해 “향후 감염병 확산 추세 등을 감안해 필요한 조치들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 내지는 조정 등이 논의될 것”이라며 “추석이 또 다른 감염병의 확산 시기가 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최대한 국민 여러분의 일상을 보장해드리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검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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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05, 2020 at 03:07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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