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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해장국 타임도, 경영난도 11년 전 그대로”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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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6 21:02 입력 2020.07.26 21: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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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마지막으로 복직한 쌍용차 해고자 한상균씨“되찾은 일상에, 회사 위기에 울컥…노동자가 살릴 때”

한상균 “해장국 타임도, 경영난도 11년 전 그대로”

11년 만에 돌아온 회사는 바뀐 것이 많지 않았다. “청춘을 바쳐서 탔던 컨베이어 벨트”는 기억 속 모습 그대로 돌아가고, 야간근무를 마치고 동료들과 갖는 “해장국 타임”도 똑같았다. 심지어 11년 전 구조조정의 원인이 됐던 ‘경영난’마저 그대로 변한 것이 없었다. 지난 5월 마지막으로 복직한 쌍용자동차 해고자 이야기다.

지난 20일 한상균씨(58·전 민주노총 위원장·사진)는 서울 영등포구에서 기자와 인터뷰하며 복직의 소회를 말했다. 그는 해고 10년10개월 만인 지난 5월 쌍용차 평택공장으로 복귀해, 이달 생산라인에 배치됐다. 한씨는 “어려움은 있지만 불량 내지 않고 품질이 완벽하게 만들고 있다”며 웃었다. 이어 “소금꽃(땀을 많이 흘렸을 때 작업복에 남는 하얀 얼룩)이 얼마나 아름다운 건지 새삼 느끼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했다.

제때 출근하고 제때 퇴근하는 삶을 자신보다 반긴 건 가족들이다. 그는 해고와 두 차례의 옥살이로 오랜 기간 집을 비웠다. 한씨는 “출퇴근하면서 일상을 살다보니까 가족들과 만나는 시간이 길어졌다.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11년 만의 회식도 일상으로의 복귀를 깨닫게 했다. 그는 “야간근무를 하면 해장국에 술 한잔 하는 게 일상이었는데 오랜만에 쭉 앉아서 같이 회식하는데 울컥했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바뀌었어야 할 것들은 바뀌지 않았다. 14분기 연속 적자, 자본 대비 부채비율 755.6%, 자본잠식률 71.98%가 쌍용차의 현주소다. 경영위기가 시작된 2008년보다도 상황은 심각하다. 경영난에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면서 한씨 등 노동자들은 한 주에 사나흘 정도만 일을 하고 있다. 그는 “2646명의 노동자들이 해고당하고, 가정이 파괴되는 아픔을 겪은 후 10년이 흘렀다”면서 “회사 관계자 몇 분이 ‘다시 위기에 빠진 상태로 해고자들을 맞게 돼서 미안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2008년 한 해 직원 규모 약 7200명으로 9만2000대의 차량을 팔았던 쌍용차는 지난해 약 5000명의 직원이 차량 13만5000대를 판매하는 회사로 구조가 바뀌었다. 그러나 몸집을 줄인 회사는 나아지긴커녕, 적자만 심화되고 있다. 쌍용차의 대주주인 마힌드라는 지난 4월 쌍용차에 대한 2300억원 투자 계획을 철회하고 새 투자자를 물색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씨는 “회사가 바라는 목표대로 노동자들은 생산성을 높였는데 위기가 또 온다”며 “시장에서 선택받는 차를 만들지 못했다는 건 적시에 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경영자는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했다.

위기 때마다 매번 구성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급히 인수자를 물색해 회사를 매각하는 일이 반복됐다. 위기 모면이 당면 과제였기에 미래를 담보할 수 없었고, 몇 년 뒤면 어김없이 또 위기가 찾아왔다. 쌍용차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생즉사 사즉생”을 언급하며 쌍용차의 허리띠 졸라매기를 압박하고 나왔다.

한씨는 1985년 쌍용차의 전신인 거화자동차에 입사했다. 마힌드라가 철수할 경우 대주주만 7번째 바뀌게 되는 셈이다. 11년 만에 힘들게 돌아온 회사의 경영난 앞에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는 “쌍용차 기사를 보면 ‘노조가 살려라’라는 악플이 많다. 지금이야말로 노동자가 살릴 때라고 본다”며 “비정규직 고용문제까지 보장한다는 것을 전제로,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는 대신 그 상당분을 출자하거나 퇴직금을 시급한 개발비에 투입해 비전을 함께 만들고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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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6, 2020 at 07:02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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