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7개 해수욕장이 정식 개장한 7월 1일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파라솔이 2m 이상 거리를 둔 채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여름은 어김없이 왔지만, 지난겨울 찾아온 ‘불청객’ 코로나19는 계절이 두 번 바뀌어도 떠날 줄 모른다. “휴가(여행) 어디로 가?”보다 “휴가 가?”라는 질문이 더 어울리는 요즘. 국경의 빗장이 풀리고 있다지만 한동안 하늘길은 잠잠할 전망이다. 근교의 고즈넉한 계곡물에 발 한번 담그는 것도 망설여진다. 코로나19 시대, 방역상 가장 좋은 피서는 ‘집콕’일 테다. 집 밖으로 떠나든 말든 각자 결정할 일이지만 안전한 휴가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기에 고민은 커진다.
떠나기로 했다면, 제일은 ‘안전’
정부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3대 여행수칙을 제시한다. 소규모 여행, 마스크 쓰고 여행, 3밀(밀폐·밀접·밀집) 피하기 여행이다. 적은 인원이 마스크를 제대로 쓰고 한적한 곳으로 떠나라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29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휴가철을 맞아 관광업계도 숨통을 틔우고, 코로나에 지친 국민도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면서 “관광지에 대한 빈틈없는 방역과 함께 안전한 여행과 놀이문화의 확산에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역과 지역경제 활성화, 상반된 듯한 두 과제가 공존한다. 여행객들이 내딛는 땅에는 기회와 위험이 함께 머문다.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여행객들이 눈을 돌리는 곳은 제주도. 최근 제주도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 수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됐다. 웃을 수만은 없다. 제주에 다녀간 후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가 나오면서 지역감염 우려도 커졌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7월 1일 담화문을 발표하고 “제주는 70만 도민의 생활 터전이자 국민의 힐링을 위한 곳이지 코로나19 도피처는 아니다”라며 “제주를 찾는 모든 분을 환영하지만 개념도 가지고 오셔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증상이 있는데도 여행을 강행하다 확진된 경우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도는 이미 여행 첫날 증상이 나타났는데 여행을 강행한 모녀, 해열제를 먹으면서 관광을 즐긴 60대 남성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살얼음판이긴 하다. 여행객들이 방역지침을 잘 지켜주길 바랄 뿐이다.” 제주에서 렌터카 플랫폼을 운영하는 마탐의 김종식 대표는 말한다.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국내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렌터카 업계가 다시 호황을 맞고 있지만, 제주 여행객들이 확진됐다는 뉴스는 걱정을 더한다.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는 ‘비대면’ 여행방식이 두드러지고 있다. 김 대표는 “변두리의 펜션·리조트는 예약이 힘들 정도지만, 시내 호텔 사정은 여전히 좋지 않다. 밀집돼 있는 공간에는 가지 않고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곳에 다니는 쪽으로 여행방식이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자가용으로 인천에서 태안·서산을 다녀왔다는 직장인 ㄱ씨(26)는 “아무래도 리조트에선 사람들과 마주치게 되니 독채 펜션에 묵었다. 대부분 예약이 찬 상태라 취소된 걸 겨우 구했다”고 말했다. 8월 중순 휴가를 쓴다는 그는 “예전 같으면 어디 갈지, 어디에 묵을지 계획을 다 짜놓았겠지만, 지금은 상황을 지켜볼 뿐”이라고 했다.
한적한 여행지를 찾고 있다면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비대면 관광지 100선’을 권한다. 올해 7월 개장해 덜 알려진 수도권의 휴양림 등 전국의 다양한 관광지를 소개한다. 교통·관광지·음식점·쇼핑·숙박 등 유형별로 주의할 점을 안내하는 ‘여행 경로별 안전여행 가이드’도 읽어보자. 모두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korean.visitkorea.or.kr)에 올라와 있다. 해수욕장에 가볼까 고민이라면 해양수산부의 바다여행 홈페이지(seantour.com)가 도움이 된다. 주요 해수욕장이 얼마나 붐비는지 삼색으로 나타낸 ‘해수욕장 혼잡도 신호등’을 볼 수 있다. 예약제로 운영하는 전라남도 15개 해수욕장 방문을 예약할 수도 있다.
공공부문에서는 여름휴가가 특정 시기에 몰리지 않도록 휴가 기간을 6월 29일부터 9월 18일까지 12주간 운영한다. 정부는 민간 기업에도 분산 운영을 요청했다. 등교수업이 늦어지면서 초·중·고교가 대부분 8월 초·중순에 여름방학에 들어가는 점을 고려하면, ‘7말 8초’로 통하던 극성수기가 8월 중순으로 늦춰질지 모른다.
코로나 시대, ‘홈캉스’는 좋은 선택지다. pixabay
여행을 다시 생각하다
“여행은 결코 코로나19 이전의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공유숙박 업체 에어비앤비의 공동 창업자인 브라이언 체스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앞으로 사람들이 휴가를 집과 가까운 곳, 자동차로 이동할 수 있는 곳에서 보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체스키는 “언젠가는 사람들이 다시 비행기에 오를 것”이라면서도 “이전까지는 로마·파리·런던에 가고 호텔에 머물며 이층 버스를 타고 셀카를 찍기 위해 랜드마크 앞에 줄을 섰다. 앞으로 그 비율이 줄게 될 것”이라고 했다.
20년 넘게 60여 개국을 돌며 여행자로, 관광 마케터로 산 작가 마고캐런(필명)의 생각도 비슷하다. 그는 최근 코로나19가 멈춘 시간 속에서 ‘왜 떠났는가’를 돌아보며 쓴 책 <여행 없는 여행>에 “여행은 떠난다는 의미에서 보면 이동이고 머문다는 의미에서 보면 공간이다”라고 썼다. “많은 사람이 왠지 특별한 곳으로 이동하지 않으면 ‘여행’이 아니라고 느낀다. 여행하다 보면 ‘그냥 이동했을 뿐인데, 장소만 바뀌었을 뿐인데 나는 여행자구나’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파리나 발리가 아니더라도 집 밖을 나서고 공원에 가면 장소의 이동이다. 그 순간에 집중하다 보니 굳이 캐리어 끌고 공항 가서 날지 않아도 ‘이동하는 그 자체’가 여행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 여행으로 많은 위로를 받았지만, 그 의미를 너무 멀리서 찾으려 했던 것 같다.”
그는 모두가 섣불리 떠날 수 없는 ‘평준화된 시간’ 속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서울과 전북 순창을 오가며 생활하는 그는 올여름 순창 집으로 체크인해 책에 파묻혀 지낼 작정이다. “‘휴가’나 ‘여행’이라는 게 특별한 계획을 세우게 하는 단어 같다. 하루종일 방에 있을 수도 있고, 친구와 수다를 떨 수도 있고, 근처 식당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갈 수도 있다. 코로나19가 주는 시간 속에서 그간 잊고 산 자기만의 휴식을 찾는다면, 그것이 휴가이고 여행이다.”
July 05, 2020 at 06:36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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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계획 있으세요?···코로나 시대의 여름휴가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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