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둘째 주 정기 여론조사가 흥미롭다. 리얼미터 정기 여론조사에서는 미래통합당의 승리, 갤럽 정기 여론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로 나타났다. 매주 정기적인 여론조사를 실시한 두 기관에서 8월 둘째 주 정기 여론조사는 상반된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8월 이전 두 기관의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우세가 지속돼 왔다. 하지만 양당의 격차가 좁아지면서 자동응답(ARS) 조사에서 지지율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YTN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8월 둘째 주 여론조사(8월 10∼14일)에서 통합당의 지지율은 36.3%로,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민주당의 지지율 34.8%를 앞질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의 홈페이지 참조) 하지만 갤럽 정기 여론조사에서는 거의 비슷한 시기(8월 11∼13일)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33%의 지지율로, 통합당(27%)을 여전히 앞섰다.
■20대 조사에서 허수 응답 가능성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두 정당의 지지율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는 맞지만, 결과의 차이는 두 기관의 조사방식이 ARS 조사와 전화면접원 조사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리얼미터는 대부분 ARS 방식(ARS 90%, 전화면접 10%)으로 조사하고, 갤럽은 전화면접원 조사(100%)를 하고 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 역시 “상반된 결과는 두 조사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라면서 “전화면접원 조사에서는 면접원이 직접 전화를 하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이 있지만, ARS 조사에서는 이런 부담이 없기 때문에 ‘샤이 보수’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샤이 보수’ 현상이란 여론조사에서 보수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하지만 실제 투표에서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현상을 말한다.
8월 둘째 주 두 기관 조사결과의 가장 큰 차이는 20대의 지지율에서 나타났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18∼29세에서 민주당 대 통합당 지지율이 28.8% 대 32.6%로 나타났다. 통합당의 지지율이 약간 높았다. 하지만 갤럽조사에서는 28% 대 14%로, 민주당 지지율이 2배 이상 높았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전화면접원 조사의 시각으로 봤을 때는 20대가 민주당을 싫어할 수 있어도 ARS 조사에서 통합당을 지지하는 비율이 30% 이상 나온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전화면접원 조사는 전화면접원이 직접 전화통화를 하기 때문에 응답자의 연령을 대강 짐작할 수 있지만 ARS 조사의 경우 응답자가 허위로 20대라고 한다면 검증할 방법이 없게 된다”고 말했다. 만약 응답자가 허위로 대답할 경우에는 ARS 조사에 허점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엄경영 소장은 “20대 여성의 경우 ARS 조사에서 실제로는 통합당을 지지하지 않으면서도 민주당이 싫다면서 허수로 통합당을 지지하는 응답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ARS 조사의 특성상 허수 응답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사방식의 차이보다 20대 조사에서 충분한 응답자 확보가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안일원 대표는 “20대는 여론조사에 소극적이어서 샘플수를 채우기 힘들다”며 “20대에 대한 여론조사의 경우 가중값 비율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갤럽의 8월 둘째 주 조사에서 18∼29세의 목표 할당 사례수는 181명이지만 146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가중값 배율은 1.24였다. 리얼미터의 8월 둘째 주 조사에서 18∼29세의 목표 할당 사례수는 455명이지만 309명이 조사에 응했다. 가중값 배율은 1.47이었다. 가중값 배율이 1에 가까울수록 오차가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안 대표는 “세대별·지역별 목표 할당 사례수를 최대한 채우고 있는지가 여론조사의 품질을 좌우하게 된다”고 말했다.
두 정기 여론조사의 세대별 특성을 보면 30∼40대, 60대 이상은 비슷하다. 하지만 20대의 지지율에서 차이가 난 것처럼 50대에서도 결과는 상이했다. 8월 둘째 주 갤럽조사에서는 50대의 정당지지율이 민주당 35%, 통합당 31%로, 민주당 지지율이 더 높았다. 하지만 같은 시기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50대의 정당지지율이 민주당 35.7%, 통합당 43.3%로, 통합당 지지율이 더 높았다.
■어느 조사 방법이 민심에 부합할까
두 조사에서 나타난 50대의 상반된 지지율은 ‘샤이 보수’ 논쟁의 대상이 된다. 50대에서 샤이 보수를 감안하면 ARS 조사가 더 정확하다고 볼 수 있지만, 50대에서 ‘샤이 보수가 거의 없다’고 보면 전화면접원 조사가 더 정확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안일원 대표는 “전화면접원 조사를 하게 되면 ‘샤이 보수’ 현상이 있을 수 있다”면서 “몇몇 특정 시기를 제외하고는 ‘샤이 보수’ 현상이 존재하기 때문에, ARS 조사가 실제 민심에 더 가깝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엄경영 소장은 “50대에서는 과거에 보수 성향이 많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진보 성향이 더 많아졌기 때문에 샤이 보수를 빼고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총선에서는 ‘샤이 보수’ 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여론조사가 잡지 못한다는 ‘숨은 표’가 실제 투표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것이다. 안 대표는 “지난 4월 총선의 경우 통합당 측의 막말 파문으로 비영남 지역의 관망층이 민주당으로 쏠리는 바람에 샤이 보수가 확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두 조사에서는 무당층의 비율이 서로 차이가 난다. 8월 둘째 주 갤럽조사에서는 무당층이 27%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무당층이 13.8%다. ARS 조사에 응하는 응답자들의 특성상 적극적 지지자들이 많기 때문에 무당층 비율이 낮다고 볼 수 있다.
정기 여론조사에서 상반되는 결과가 나왔지만, 실제 민심은 어디쯤 와 있을까. 안일원 대표는 “지금 여론조사에서는 진보 성향임에도 부동산값 폭등 때문에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샤이 진보도 샤이 보수처럼 일부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민주당과 통합당이 오차 범위 안에서 지지율을 다투고 있다”고 말했다. 엄경영 소장은 “지금 상황(8월 둘째 주)에서 ARS 조사결과보다 전화면접 조사결과가 더 정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직 민주당의 지지율이 더 높다는 것이다. 홍형식 소장은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통합당 지지율이 상승하는 추세는 맞지만, 지지율 역전은 장담할 수 없다”면서 “지지율 역전 현상은 ARS 조사인 리얼미터에서만 나타났다”고 말했다.
8월 둘째 주 조사가 발표된 이후 전광훈 목사를 비롯한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의 코로나19 대규모 확진이라는 변수가 생겼다. 8·15 광화문 집회 참석자들의 코로나19 감염이라는 사태도 발생했다. 정국 상황이 급변했다. TBS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8월 셋째 주 여론조사(8월 18∼19일/ARS 93%)에서는 다시 민주당이 1위로 올라섰다.
August 23, 2020 at 06:1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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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S조사에서만 통합당 우세, 이유는?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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