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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 당대표 출마, 세대 반란이 시작됐다?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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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1 15:06 입력 2020.08.01 16:5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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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386을 넘어선 확장력 발휘 가능할까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월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김영민 기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월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김영민 기자

“결국 당원들이 판단할 부분이지만….”

지난 7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출마 선언 직후 백브리핑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이다. “실제로 제 나이가 3년 후면 오십이 되는데요. 출마 선언에서 말씀드렸지만 그럼에도 당내에서 어린 취급을 받습니다. ‘나이도 어린데 빠른 거 아니냐’는 말씀을 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4년이라는 정치경력을 통해 배운 것도 있었고, 제가 가진 사회적 나이나 경험도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박 의원이 당대표 출마를 최종 결심한 것은 전날 밤이었다. 출마선언문을 쓰느라 밤을 꼬박 새웠다. 그는 이날 백브리핑에서 “출마선언문을 쓰면서 평소 흡연량의 3배 넘게 (담배를) 피웠다”고 말했다. 남다른 고민이 깊었다는 뜻이다. 출마에 대해 주변 지인들의 조언을 들은 것은 2주 전부터다. 당내에 출마 소문이 퍼졌다. 이를 전해 들은 기자들의 전화가 쇄도했다. 출마엔 우려와 독려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그런데 뚜렷이 층이 나눠지는 모양새다.

우려의 대부분은 당 중진들로부터 나왔다. “‘정치판의 생리를 앞서 경험한’ 선배로서의 조언”이라며 “뚜껑을 열었는데 아무것도 없으면 향후 몇 년은 죽은 듯 살아야 한다”는 짐짓 걱정하는 듯한 말도 들렸다. 독려는 후배 그룹들, 포스트386 초선그룹으로부터 나왔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출마하라, 뒷감당은 우리가 맡겠다”는 격려다. 하지만 득표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튀는 몇몇 초선에 대한 불편해하는 시선이 당내엔 잠복해 있다.

박주민 당대표 출마에 쏟아진 ‘우려와 독려’
“캠프가 아니라 텐트다.” 박 의원 측이 스스로를 두고 한 표현이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후보는 여의도 앞 건물 한 층을 선거캠프로 쓰고 있다. 김부겸 후보도 빌딩 한 층의 3개 방을 선거캠프로 쓰고 있다. 반면 박 의원을 대변하고 있는 김용민 의원이 7월 25일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에 따르면 박 캠프의 베이스캠프는 사무실이 아니라 국회 야외카페다. 사진 속에 공개된 박주민 측 의원 중 재선은 박 의원 자신과 이재정 의원뿐이다. 홍정민, 이소영, 최혜영, 최지은, 김용민, 장경태 의원이 사진 속에 등장한다.(김용민 의원과 함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김남국 의원이 이 사진엔 빠졌다)

박 의원은 출마 선언 후 유튜브채널 ‘박주민TV’를 통해 자신과 같이하는 의원들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제목의 라이브방송을 시리즈로 내보냈다. 그러나 앞서 그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한 초선의원 그룹을 넘어서는 확장성은 현재까지 보이지 않는다.

박 의원의 출마는 민주당 당권 선거판에 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은 “기존 양강구도를 형성했던 이낙연 후보나 김부겸 후보 모두 엄밀히 말해서 친문이라기보다 중도 보수 또는 중도 진보에 가까운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라며 “여기에 친문핵심코어 그룹, 강성 정권지지그룹을 기반으로 한 박 의원이 나서면서 종전 두 후보의 포지션이나 메시지도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 7월 25일, 김용민 의원이 ‘나라와 당의 미래에 대한 난상토론이 있었다’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사진. 박주민 의원이 초선의원들과 함께했다./김용민 의원 페이스북

지난 7월 25일, 김용민 의원이 ‘나라와 당의 미래에 대한 난상토론이 있었다’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사진. 박주민 의원이 초선의원들과 함께했다./김용민 의원 페이스북

그는 박 후보의 등장은 당장 현재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후보보다는 추격자 입장인 김부겸 후보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만약 당대표 선거일(8월 29일)까지 남은 한 달 동안 박 후보가 돌풍을 일으킨다면 위협받는 것은 1등이 아니라 2등의 지위”라며 “김 후보가 당대표 선거마저 3위로 낙선한다면 향후 정치행보에서 명분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박 후보의 목표치는 ‘2등 전략’이라는 관측이 당내에서는 나온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출마 선언 때도 서울시장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안 하겠다가 아니라 ‘현재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고 답했다. 이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가.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 2등, 혹은 2등이 안 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통해 내년에 치러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는 것이다. 비록 1년짜리 시장이지만 그 이후, 특히 다음 대선(2026년)에서는 확실한 주자로 중량감을 채우는 것이다.” 반면 박 후보 쪽에서는 ‘2등 전략’을 부인한다. 기자의 질문에 박 후보 측 인사는 “당대표가 현실적 목표가 아니라면 왜 출마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지역 기반·세대 밖 지지세력 없는 취약점도
“중요한 것은 당대표 선거 이후다.” 이강윤 시사평론가의 말이다. 현실적으로 2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될 텐데, 2위를 하든 3위를 하든 박 후보에게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는 평가다. 그는 “그가 득표율 몇%를 얻느냐는 향후 벌어질 민주당 내 파워게임에서 중요한 나침판이 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민주당 내 386그룹의 ‘독식’에 대한 비판은 이미 오래되었다. 그들이 전형적인 구세대는 아니지만, 그들이 본격적으로 정치에 입문해 세를 형성해온 것이 25년이 넘었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시각이다. 앞으로 3~4년 후면 지금보다 더 386그룹을 기성체제로 여길 가능성이 높다. 이번 출마를 계기로 비로소 박주민은 정치인으로 첫 발걸음을 뗀 셈이다. 그는 새로운 시대와 세대를 대변하는 정치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약점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박신용철 연구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낙연은 호남, 김부겸은 TK라는 확실한 지지 기반을 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번 당대표 선거가 어찌 됐든 전국선거라는 것이다. 박 후보가 수도권과 20~30대 젊은층, 그리고 권리당원이라는 지지층을 넘어선 확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박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당대표가 된다면 “40대 기수론이 나온 지 40년 만에 40대 당대표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40대 기수론’은 1971년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나서면서 김영삼 당시 신민당 원내총무가 주창했던 논리로, 정확히 말하면 거의 50년 된 이야기다. 김영삼에 이어 당시 45세의 김대중 의원도 출마를 선언하며 ‘양김 정치’가 시작됐다. 박 의원이 주창한 시대와 세대교체가 성공하려면 자신의 세대가 아닌 그 윗세대, ‘386세대 내의 반란’이 있어야 한다. 예컨대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학벌과 인맥, 금권정치를 비판하며 2002년 대선후보에 나서 돌풍을 일으켰다. 대선 레이스 중반, 그의 후보 지위가 흔들릴 때 “화염병을 들고 바리케이드로 뛰어드는 절박한 심정”으로 노무현 지지를 공개 선언했던 유시민이 있었다. 박 후보는 민주당 386 선배그룹이나 당 중진들 사이에서 ‘노무현의 유시민’ 같은 사람을 얻을 수 있을까. 남은 한 달, 민주당 당대표 선거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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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01, 2020 at 01:06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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