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인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44)가 차를 마신 후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지면서 푸틴 정권 시기 반 체제 인사들에 대한 독살 시도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나발니가 쓰러진 후 지지자들은 크렘린을 유력한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이 같은 의혹 제기는 놀랍지 않다”면서 “러시아는 크렘린의 정적들이 갑작스럽게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지는 기나긴 역사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최근 사례는 2018년 3월 러시아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이 영국 솔즈베리의 쇼핑몰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져 간신히 회생한 사건이다. 미국은 그해 8월 러시아가 신경작용제 ‘노비촉’을 사용해 부녀를 암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피살된 야당 지도자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등 정부 비판 활동을 했던 언론인 블라디미르 카라-무르자는 2015년과 2017년 두 차례 독극물 중독 증세로 병원에 실려갔다.
2006년 11월에는 영국으로 망명한 전 국가보위부(KGB)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호텔 레스토랑에서 옛 동료들을 만난 후 갑자기 건강이 악화돼 20여일 후 사망했다. 영국 경찰은 그가 방사성 독극물 폴로늄이 든 차를 마시고 중독됐다고 밝혔다.
2004년에는 러시아군의 체첸 주민 학살 등을 고발한 언론인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가 비행기에서 차를 마시고 의식을 잃었다. 폴리트코프스카야는 이때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그러나 결국 2년 뒤 자택을 나서던 중 괴한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반 체제 록그룹 푸시라이엇의 리더 표트르 베르질로프도 2018년 갑작스런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독일 병원으로 이송돼 한 달간 입원한 적이 있다. 당시 의료진은 독극물의 흔적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발표했으나 베르질로프는 크렘린이 자신을 독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나발니는 22일 오전 독일 비영리단체 시네마평화재단이 마련한 비행기를 통해 베를린 테겔 공항에 도착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야카 비질 시네마평화재단 대표는 공영 도이체벨레(DW)에 “비행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상태이긴 하나 당장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옛 소련에서 독립한 우크라이나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04년 야권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 빅토르 유셴코는 대선을 한달여 앞둔 시점에 우크라이나 국가보위부(SBU) 국장을 만난 함께 식사를 했다. 식후 극심한 고통을 호소한 그는 오스트리아의 병원으로 실려갔고, 오스트리아 의료진은 맹독성 물질이 음식에 대량으로 포함돼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여당 후보는 푸틴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있던 친러 성향 정치인이었다.
나발니는 수십차례 투옥된 적이 있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야권운동가다. 지난 20일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공항 카페에서 차를 마신 후 비행 도중 의식을 잃었다. 러시아 당국은 “기내에서 급격한 혈당 저항에 의해 의식을 상실한 것”이라며 독극물 중독설을 부인했다.
August 23, 2020 at 01:26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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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주는 차를 마시면 안 되는 이유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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