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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아끼바리’의 퇴장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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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6 20:55 입력 2020.08.06 20: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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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개발된 최고 품질 쌀 ‘해들’ 농촌진흥청 제공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최고 품질 쌀 ‘해들’ 농촌진흥청 제공

한때 미국 쌀이 최고로 여겨졌던 시절이 있었다. 1990년대 초, 칼로스(Calrose) 쌀이다. 미군부대에서 다량 흘러나와 부유층에 불법 유통되자 정부가 합동단속에 나설 정도로 사회문제로 비화했다. 칼로스는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재배된, 찰기 있고 윤기 나는 자포니카 계열의 쌀 품종이다. ‘캘리포니아 장미’의 약칭이라는 그럴듯한 이름과 함께 무공해 건강쌀이라는 소문까지 돌며 인기를 끌었다. 1970년대 박정희 정부가 찰기 적고 맛이 떨어지지만 수확량이 많은 통일벼를 강제로 심게 했던 ‘그때 그 시절’의 부작용이었다.

‘아키바레’(秋晴)는 밥맛 좋은 쌀의 대명사였다. “아끼바리”라고 부르는 구어가 더 익숙하다. 맑은 가을이라는 뜻의 이 품종은 1962년 일본에서 탄생해 1969년 국내에 도입된 뒤 수도권과 중부지방에서 주로 재배되며 토착화했다. 일본산인데 일본에는 없다고 한다. 아키바레와 더불어 ‘고시히카리’(越光)와 ‘히토메보레’가 국내에서 재배되는 일본산 품종이다. 이들 품종 역시 고급 쌀로 통해 왔다.

아키바레는 2016년까지 국내에서 두 번째로 많이 재배된 품종이었다. 2017년 4위, 2018년 5위로 지속적으로 재배 비중이 떨어졌다. 호남의 ‘신동진’과 ‘새일미’, 충청의 ‘삼광’, 영남의 ‘일품’ 등 국산 품종에 자리를 내준 탓이다. 그래도 최근까지 경기미의 63%가 일본 도입종이었다. 이천시에서는 아직도 아키바레가 90%를 넘는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임금 진상품으로 유명한 이 지역 쌀이 어쩌다 아키바레나 고시히카리로 바뀌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농촌진흥청은 아키바레를 대체할 ‘알찬미’, 고시히카리를 대신할 ‘해들’ 등 국산 우수 품종을 이 지역에 보급해 지난해 첫 수확을 거뒀다.

농진청은 아키바레 등 일본 품종을 퇴출하고 국내 품종으로 대체한다고 6일 밝혔다. 현재 5만6000㏊인 일본 벼 재배 면적을 2024년까지 1만㏊ 이내로 줄이기로 했다. 아키바레보다 맛이 뛰어난 고품질 국내 품종이 많다는 것이다. 자립화한 것은 공업 분야 소재·부품·장비만이 아니었다. 삼광·운광·영호진미·미품·대보·호품·하이아미·수광·진광·청풍·해담쌀…. “아끼바리”보다 친숙하게 불러야 할 우리 쌀 이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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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06, 2020 at 06:55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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