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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독 반란' 일으킨 김아림, 코로나19 덕 봤다?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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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5 10:50 입력 2020.12.15 10: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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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림이 15일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활짝 웃고 있다.AP|연합뉴스

김아림이 15일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활짝 웃고 있다.AP|연합뉴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은 한국 선수들의 ‘놀이터’였다. 지난 10년간 6차례나 한국 선수들이 우승했다. 이번에도 한국 선수들의 우승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한국 선수 우승 후보에 김아림의 이름은 없었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에 올 시즌 절정기를 보내고 있던 김세영, 언제나 변함 없는 박인비에 US여자오픈에 유독 강한 유소연까지, 그리고 국내 1인자 최혜진에게도 밀렸다. 김아림은 그저 뒤쪽 한편에 자리해 경험을 쌓기 위해 출전한 선수 정도로 여겨졌다. 아마 김아림이 US여자오픈을 제패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김아림 본인만 빼고.

그러나 늘 그렇듯이 예상은 예상일 뿐, ‘골프는 장갑을 벗어봐야 안다.’ 김아림은 US여자오픈에서 언더독의 반란을 완성했다. 특히 마지막 3개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US여자오픈 첫 출전에 우승까지 거머쥐는 드라마를 만들었다.

김아림(25·SBI저축은행)은 세 가지로 유명했다. 장타와 늘 웃는 얼굴, 그리고 배꼽인사. 장타는 국내에선 독보적이었다. 2018년부터 올시즌까지 3년 연속 드라이브 비거리 1위에 올랐다. 1m75의 당당한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타는 비교불가였다. 브라이슨 디섐보(미국)가 괴물 같은 비거리로 골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는 데서도 볼 수 있듯 장타는 골퍼에게 최고의 무기다. 김아림도 장타를 앞세워 2018년과 2019년 각각 1승씩을 올렸다. 여기에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김아림은 정교한 아이언까지 장착했다. 올 시즌 그린적중률 76.2%로 10위에 올랐다. 장타에 송곳 아이언이라는 최고의 무기를 갖고 있으면서도 김아림은 올 시즌을 무관으로 마쳤다. 페어웨이 안착률(64.3678%)이 100위에 그칠 정도로 드라이버의 정확성이 떨어졌다. 전체 65위에 머문 라운드당 평균퍼팅수(31.0690개)도 김아림의 발목을 잡았다.

김아림은 시즌 중간에 티칭프로를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그게 적중했다. 10월 휴엔케어 여자오픈서 8위에 오르며 시즌 첫 톱10에 진입한 김아림은 시즌 최종전 SK텔레콤·ADT캡스 챔피언십까지 4개 대회 연속 톱10에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김아림은 장타의 잠재력과 최근의 상승세를 US여자오픈에서 유감없이 폭발시켰다. 3라운드까지 김아림은 출전 선수 가운데 드라이브 비거리 1위(262.5야드)에 올랐다. 장타만 날린 게 아니었다. 김아림은 4라운드에선 드라이브 비거리를 236야드로 줄이는 대신 정확도를 높였다. 특히 마지막 3개홀에선 정교한 아이언이 빛을 발했다. 16번홀에선 5번 아이언으로 홀 1m에 붙였고, 17번홀에선 8번 아이언, 18번홀에선 48도 웨지로 버디를 만들어냈다. 핀을 보고 쏜 공격적인 전략이 주효했다. 퍼트감도 좋았다. 1라운드 25개에 이어 이날도 28개로 막은 게 대역전의 발판이 됐다.

김아림의 신데렐라 스토리에는 행운도 빼놓을 수 없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US여자오픈이 6월에서 12월로 미뤄졌고, 예선 대회를 치르지 않기로 하면서 본선에 직행할 수 있는 기준이 종전 세계랭킹 50위에서 75위(3월16일 자 기준)까지로 넓어진 것이다. 당시 세계랭킹이 70위였던 김아림은 이 조치로 US여자오픈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가 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김아림은 우승까지 일궈냈다. 김아림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미소는 경기 내내 마스크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시상식에서 마스크를 벗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때 우리가 알던 김아림의 미소가 다시 피어올랐다.

“마지막으로 이 시국에 이렇게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내 플레이가 누군가에게는 희망과 에너지가 됐으면 좋겠다.”

코로나19 위기를 전화위복으로 만든 김아림이 준 희망의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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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15, 2020 at 08:5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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