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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의 미술소환]철면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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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더 마스크, 1945, 캔버스에 유채, 70×60㎝, ⓒBanco de Mexico. Fiduciario en el Fideicomiso relativo a los Museos Diego Rivera y Frida Kahlo

프리다 칼로, 더 마스크, 1945, 캔버스에 유채, 70×60㎝, ⓒBanco de Mexico. Fiduciario en el Fideicomiso relativo a los Museos Diego Rivera y Frida Kahlo

출세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부끄러운 일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었던 송나라 때 관리 왕광원에 대해 사람들은 “광원의 얼굴은 두껍기가 열 겹의 철갑과 같다”고 했다. 능수능란하게 권력의 비위를 맞추면서 ‘철면피’라는 이름을 얻은 그가, 원하는 만큼 출세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후안무치’의 상징으로 대대손손 이름을 남겼으니 역사에 한 획을 긋긴 한 것 같다.

역시 송나라 시절 관리였던 조변도 낯빛을 읽히지 않는 두꺼운 철면의 소유자로 전해진다. 관리의 부정을 감찰하는 전중시어사로 일했던 그는 권력자건 천자의 총애를 받는 사람이건 지위 고하를 불문하고 그 부정을 적발하여 탄핵했다.

권귀를 두려워하지 않은 그를 사람들은 ‘철면어사’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수치심’을 가리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인정’에 휘둘리지 않고 제대로 맡은 소임을 다하기 위해서도 두꺼운 얼굴 가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육체적, 정신적 고통으로 평생을 시달렸던 화가 프리다 칼로는 늘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교통사고는 의사가 되고 싶었던 그의 꿈을 앗아갔다. 세상은 여성을 억압하는 관습으로 가득 찼고, 부조리가 넘쳐나는 세상을 향해 더없이 정의로운 그의 남편은 수치심 없는 여성편력으로 그의 사랑을 배신했다.

화가는 ‘고통’의 원인으로 채운 화면 가운데 담담하게 자리 잡곤 했다. 사람들은 화폭 안에서 늘 반듯한 시선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무표정한 칼로의 모습에서 ‘불굴의 의지’를 읽으며 찬사한다.

어느 날 그는 붉게 상기된 얼굴에 눈물방울을 매단 가면을 들어 올렸다. 가면의 눈동자 위 작게 뚫린 구멍 너머로 화가의 진짜 눈동자가 보인다. 가면 뒤로 숨은 후에야 비로소 무표정이라는 ‘철면’을 벗을 수 있었을 화가의 삶이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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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7, 2020 at 01: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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