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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장선거도 원격으로…달라진 2학기 학급 풍경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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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하남 윤슬중학교 수학교사 이준일씨(26)가 원격으로 수학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준일씨 제공

경기 하남 윤슬중학교 수학교사 이준일씨(26)가 원격으로 수학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준일씨 제공

지난 4일 오전 8시50분, 중학생 주모군(14)은 방문을 닫고 편한 차림으로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았다. 호흡을 가다듬고, 구글 화상회의 프로그램 ‘미트(meet)’를 실행했다. 32개의 작은 화면들이 모니터를 채웠다. 주군은 반장 선거의 공약 발표를 앞두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제가 반장이 된다면…” 그러나 마이크 고장으로 주군의 목소리는 전송되지 않았다. 그는 채팅창에 공약을 써 올렸다. “당황해서 멍해졌어요. 친구들 반응을 살필 수 없어 더 긴장한 것 같아요” 투표는 곧바로 구글 닥스의 설문지를 통해 진행됐다. 우여곡절 끝에 당선된 주군은 채팅창을 통해 소감을 전했다. 경기도 하남시 윤슬중학교 2학년7반의 2학기 반장선거는 그렇게 끝났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수도권 유치원과 초·중·고교 원격수업이 20일까지 연장되면서 각급 학교는 2학기도 비대면으로 시작하게 됐다. 교육 현장 풍경도 이전과 달라졌다.

학급 임원 선거는 원격으로 치러지고 있다. 경기도 오산시 운천초등학교 박태호 교사(26)는 “오는 23일 원격으로 반장선거를 치르기로 했다”며 “학생들이 공약 발표 영상과 선거 홍보물을 직접 만들어 ‘클래스팅(교육용 SNS 플랫폼)’과 어플에 올리고 무기명 투표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학기에는 대면 수업 개학이 늦어져 아예 학급 임원을 선출하지 않았다.

수업 풍경도 변하고 있다. 급하게 비대면 학기를 시작했던 1학기보다 수업 방식이 다양해졌다. ‘줌(zoom)’이나 ‘미트’ 등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확대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서울 A초등학교에 근무 중인 교사 B씨는 “이번 학기는 ‘미트’를 통해 온라인으로나마 쌍방향 수업으로 반 학생들이 처음 한자리에 모이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종암초등학교 교사 C씨는 “음악 수업은 일방향으로 진행했을 때 학생들이 혼자 듣는 식으로 학습할 수밖에 없었는데 쌍방향으로 하니까 같이 노래도 따라 부르는 등 학생들이 좀 더 교실 속에 있는 느낌을 받는 듯하다”고 했다. C씨의 반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전래동요인 ‘별세기’를 따라부르며 단모리장단을 배운다.

온라인 수업에 활용되는 자료들도 풍부해지고 있다. 박 교사는 인공지능 더빙 프로그램인 ‘네이버 클로바’를 이용해 수업 영상에 목소리를 입힌다. 윤슬중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이준일 교사(26)는 ‘구글 설문지’를 이용해 학생들이 문제를 풀고 답안을 제출하도록 한다. 교사 얼굴이 나오는 수업 영상도 첨부한다. 학생 반응은 긍정적이다. 주군은 “1학기에는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느낌이었다면 선생님이 나오는 영상을 보니 학교에서 수업받는 듯한 실감이 난다”고 했다. 이 교사는 “1학기 때는 대면 수업이 시작하면 더 집중해서 수업을 하자는 분위기다면 지금은 비대면으로 (당분간) 진행한다는 생각에 수업 콘텐츠 마련에 더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교실 대면수업을 바라는 이들도 많다. 운천초 6학년 홍도연양(12)은 ‘원격 선거’를 한다는 소식에도 신기함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홍양은 “반장 선거도 비대면으로 하니까 영영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학교를 가지 못하니 더 많은 친구들을 사귀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그는 주변 친구들도 대면 수업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친구들은 (‘네이버 클로바’의) 인공지능(AI) 목소리가 싫대요. 저도 그래요. 직접 선생님 목소리를 들으며 수업 내용 열심히 받아적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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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15, 2020 at 08:56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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