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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아프다는 말 못 꺼내는 군인들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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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3 06:00 입력 2020.09.23 08: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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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2019 군대 실태조사

아파도 아프다는 말 못 꺼내는 군인들

10명 중 3명꼴 의사표현 못해
그중 절반이 ‘간부·선임 눈치’
“진료받으니 질타…아픈 게 죄”

“아프면 죄짓는 분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임병들이 꾀병이라고 혼내며, 진료받고 오면 ‘꿀 빠네’ 이런 식으로 질타합니다.” “GOP(전방소초)는 아파도 아프다할 수 없고 힘들어도 힘들다할 수 없는 군대입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씨(27)가 2017년 군복무 시절 사용한 23일간의 연속 휴가는 조만간 법적 판단을 받는다. 국방부 발표대로 서씨 휴가가 규정대로 이뤄진 것이라면 서씨는 진료 기간 병사에게 보장된 정당한 권리를 누린 것이 된다. 다른 병사들에게도 똑같은 권리가 보장됐을까.

서씨는 1차 병가 기간(6월5~14일) 무릎 수술을 받고 전화로 부대 복귀 없이 병가를 9일 연장했다.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국방부와 서씨 측은 청원휴가는 질병 정도에 따라 허가된 휴가일을 포함해 30일 범위 내에서 부대장이 허가할 수 있다는 군 훈령 등을 들어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군은 서씨가 누린 ‘군대 내 인권’이 다른 병사와 비교했을 때 ‘특혜’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1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서씨와 유사한 상황에서 휴가 연장을 받지 못한 사례를 제시하며 특혜 여부를 묻자 “지휘관들이 병사에 대한 배려를 했어야 한다”고 두루뭉술하게 답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3월 ‘2019 군대 내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통해 지난해 7월15일~8월14일 병사 10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의료서비스 체감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아프다는 의사표현을 자유롭게 하느냐’는 질문에 658명(65.8%)이 ‘어느 정도 그렇다’ 혹은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281명(28.1%)은 ‘그렇지 않다’ 혹은 ‘매우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 이유로 ‘간부나 선임병의 눈치가 보여서’(50.7%), ‘꾀병이라고 무시당하기 싫어서’(22.9%)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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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 10명 중 3명이 진료 문제로 눈치 보는 현실은 인권위의 직전 조사인 2013년 ‘군 의료관리체계에 대한 인권상황 실태조사’(31.6%) 때와 비교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한 병사는 2013년 심층면접에서 “외진으로 빠지게 되면 꿀 빨러 간다고 한다. 눈치가 보여 수술이 끝나고 5일 만에 실밥도 안 풀고 들어갔다. (…) 그러다 다시 입원했다”고 말했다. 한 군의관은 “작전병 등 특수 보직 병사를 입원시키려 하면 간부가 꼭 입원해야 하느냐고 묻는다. 병사들은 고개만 숙이고 있고, 그런 일이 매일 반복된다”고 말했다.

서씨는 군복무 시절 민간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현역병의 민간병원 이용률은 2000년대 초부터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병사 1004명 중 299명(29.8%)은 민간병원 이용에 대해 ‘별로 자유롭지 않다’거나 ‘전혀 자유롭지 않다’고 답했다.

민간병원 이용률은 병사의 가정형편에 따라 차이가 있다. 2013년 조사에 따르면 민간병원 입원 경험은 가정형편이 중상 이상 수준인 병사는 36.9%인 데 비해 중하 이하는 26.1%였다. 민간병원 입원료는 군 보험으로 자동 적용되는 군병원과 달리 국방부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예탁한 금액에서 별도로 지출된다. 인권위는 “국민이 공평하게 부담하는 군복무 중 경제 수준이 높은 계층에서만 민간병원 이용 기회가 더 크게 있다면 문제”라고 했다.

서씨의 병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며 병사의 민간병원 이용이나 병가 연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씨가 부대 복귀 없이 병가를 연장한 것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기간 내에 귀대하지 못할 때에는 가능한 수단을 이용, 소속 부대에 연락해 허가권자로부터 귀대에 필요한 기간을 허가받아야 한다’는 육군 병영생활규정 111조에 근거하고 있다고 국방부와 서씨 측은 주장한다. 향후 군 지휘관들이 논란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병가 연장이 가능한 ‘부득이한 사유’를 축소 적용할 수 있다. 군인권센터 김형남 간사는 “징병제하에서 누군가는 병가 절차를 규정대로 누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러지 못할 때의 문제 해결이 더 조이는 방식이 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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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3, 2020 at 04: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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