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넷] “표식이 이념으로 오염되는 순간.”
논란에 대해 한 누리꾼이 남긴 평이다. 발단은 작가 오은 시인의 트윗글이었다.
강의차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모두의학교를 방문한 오 시인은 화장실 입구의 남녀구분 표식을 보고 사진과 함께 글을 남겼다.
“강연 전에 화장실에 가다 잠깐 머뭇거렸다. (…) 세상은 조금씩 변화한다. 익숙한 것이 늘 정답은 아니기 때문이다. 편견이 깨지면 날카로움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유연함이 들어선다.”
그러나 유연하다기 보다 날선 논쟁이 오갔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전통적인 남녀구분 표식, 치마와 바지를 어깨에 들어간 선으로 대체했다. 오 작가가 ‘익숙한 것’, ‘편견’이라고 지칭한 대상은 불분명하다. 맥락상 여성은 치마, 남성은 바지라는 고정관념에 대한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적 시각에 입각한 의견표명으로 읽힌다.
비판이 제기된 건 저 표식만으로 남녀구분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실패한 픽토그램이라는 비판이다.
여성은 치마로 상징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는 강박 덕분에 픽토그램 본래의 기능을 말아먹었다는 비판이다.
일단 제작 측의 문제의식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오 시인이 사진을 찍어 올린 건 지난 11월 말이지만 저 표식은 2017년 설치됐다.
“이런 상황이 촉발될지 몰랐다.”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관계자의 말이다. 디자인업체가 제시한 여러 시안 중 하나를 골랐다는 것이다.
시안 중 성평등적 시각에서 치마 입은 모습에 대한 대안을 디자인업체에서 제안했고, 당시 진흥원의 시그니처 색깔에 맞춰 디자인한 것이라고 한다. “남자든 여자든 직립보행하는 사람으로 인식했다. 더 이상 확대해석은 안 했으면 좋겠다.”
업체 측은 수차례 연락했으나 그때마다 “담당 팀장이 외근 중”이라며 입장표명을 거부했다.
“공공디자인 관점에서 실패한 픽토그램 맞다. 픽토그램을 쓰는 이유는 무엇보다 첫째로 인지성, 즉 쉽게 이해할 수 있느냐인데 거기서부터 실패했다.”
공공디자인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최성호 한양사이버대 디자인학부 교수의 말이다.
성평등적 시각에서 바람직한 픽토그램이란 어떤 것일까.
“화장실의 경우 남녀구분을 형태적으로 특징을 잡아 단순화하는 것은 허용할 수 있다. 다만 색깔은 양성평등의 시각에서 고정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단색으로 표기하는 것이 외국에서는 일반적인 추세다.”
남성은 파랑, 여성은 빨강으로 표시하는 경향은 유독 일본과 한국에서만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이번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학자 사이에서는 대체로 비슷한 평가다. 일단 저런 실험을 하는 것은 좋다고 본다. 편견을 깨는 여러 테스트도 있어야 한다. 다만 그걸 굳이 공공부문에서 해야 했는가. 민간 차원에서 다양한 실험을 통해 민의가 올라가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공공디자인 전문가의 이번 논란에 대한 평가다.
December 12, 2020 at 12:59PM
https://ift.tt/346ZIPA
성차별 표현 없어진 화장실? - 경향신문
https://ift.tt/2Yts9ni
Bagikan Berita Ini
0 Response to "성차별 표현 없어진 화장실? - 경향신문"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