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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자경단'과 분노를 파는 사람들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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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3 15:16 입력 2020.12.13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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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다음 날인 13일 경기도 안산시 한 주택가에서 경찰이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다음 날인 13일 경기도 안산시 한 주택가에서 경찰이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두순 집 찾아가서 참교육했습니다’, ‘조두순 집에 돌 던지기’, ‘조두순 복수완료’

아동 성폭행 혐의로 12년을 복역한 조두순(68)이 지난 12일 만기 출소하자 유튜브에는 조씨 자택 앞에 가 그를 직접 응징하겠다는 동영상 콘텐츠가 넘쳐났다. 일명 ‘조두순 자경단’ 동영상 콘텐츠다.

유튜브에 ‘조두순’을 검색하면 조씨 자택 앞 영상만 40개가 넘게 나온다. 13일 오후 기준 조씨의 집 앞을 생중계하는 영상만 2개다. 각각 1200명, 700명 가량이 시청하고 있다. 이 영상들에는 조씨의 집 근처 미용실이나 세탁소 등의 상호가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도 모자이크하지 않은 채로 송출되고 있다.

유튜브 BJ(Broadcasting Jockey·인터넷 방송 진행자)와 일부 시민들이 조씨 집 앞에 모여들면서 인근 주민들이 사생활 침해 등 불편을 겪고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2일 늦은 밤과 13일 새벽까지 조씨 집 앞에서 자동차 클락션을 울리고 “조두순은 나와서 사죄하라”를 외치는 무리 등의 사진과 영상이 올라왔다. 조씨 집 앞에서 인증샷을 찍거나, 조씨 집 앞에 주차한 뒤 클락션을 울리면서 애국가를 틀고, 경찰 앞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커뮤니티에는 ‘조두순 거주지 제보한다. 인근 어린이집 O곳, 초·중·고등학교 O곳 확인’과 같은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2일 조씨 자택 앞에서 소동을 벌인 남성 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술에 취한 채 조씨가 살고 있는 건물 현관으로 올라가는 것을 제지하는 경찰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 B씨는 조씨가 살고 있는 건물의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가다가 주거침입미수 혐의로 체포됐다. C씨는 B씨를 연행하는 경찰차 아래로 다리를 집어 넣는 등 경찰 차량 진행을 방해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연행됐다. 유튜브 BJ인 D씨는 조씨의 집 앞에서 다른 BJ를 폭행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이밖에도 안산보호관찰소 앞에서 조씨가 타고 있는 관용차 앞 유리창을 깨트리거나 차에 올라타 발길질을 하는 등 차량을 훼손한 유튜브 BJ 3명의 신원을 특정했으며 다음주 중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12일 오후 7시부터 13일 오전 9시까지 유튜브 BJ와 일부 시민의 고성 방가 등으로 주민 불편신고가 70건 넘게 접수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안산 단원경찰서 관계자는 “조두순의 복귀로 힘든 주민들이 유튜버 등 때문에 이중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불편과 감염병 전파를 막기 위해서라도 (조씨 자택) 부근에서 일어나는 범법 행위에 대해 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튜브 BJ와 일부 시민들은 안산시와 주민들이 언론사 등에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사항들을 어기고 있다. 지난 9일 안산시는 조두순 출소 후 주민들의 피해를 우려해 “안산 시민들의 사생활 보호, 안전한 일상생활 영위를 위해 가급적 취재를 자제해달라”고 언론사 등에 요청했다. 주민들은 ‘언론인 및 언론사에 전하는 주민 호소문’을 통해 “주민들은 언론보도를 통해 또는 취재 중인 기자들을 만나 관련 내용을 접하며 불안한 마음이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며 “허락 없이 주민을 촬영·인터뷰 하지 말고 인근 도로에 차량을 무단으로 주차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개인 신상이 노출되거나 인근 시설 등 지역을 유추할 수 있는 기사를 쓰거나 촬영을 하지 말아달라고도 부탁했다. 장기간 머무르며 취재하는 것도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유튜브 BJ등은 “성범죄자를 보호하는 나라에 분노한다”고 말했지만 정작 그들의 분노는 갈 길을 잃고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조두순 얼굴 그림 위에 ‘조두순을 잊지 말자(Never forget Jo-Doo-soon)’고 적은 후드티를 판매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네티즌들은 “조씨 얼굴만 봐도 힘들 피해자는 생각도 안 하나”고 지적했다. 해당 업체는 현재 상품 판매글을 내렸다. 업체 관계자는 본인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잠깐의 게시글이 올라온 시간 동안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이 있다면 죄송하다. 신중을 기하지 못한 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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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조두순’을 검색하면 나오는 영상들. 유튜브 검색 내용 갈무리.

유튜브에 ‘조두순’을 검색하면 나오는 영상들. 유튜브 검색 내용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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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13, 2020 at 01:16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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