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ㄱ씨는 코로나19 여파로 몇 달째 일거리가 뚝 끊긴 상황이지만 정부의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신청할 수 없다. 지난해 5~6개월가량 호텔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이 기간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어 신청 자격에서 배제됐다.
소설가 ㄴ씨도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신청 대상이 아니다. ㄴ씨는 1년에 한두 번 들어오는 선인세와 원고료로 생활한다. 반면 프리랜서가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신청하려면 ‘지난해 12월~올해 1월’ ‘지난해 3~4월’ ‘지난해 10~11월’ 기간 중 한 번이라도 소득이 있어야 한다. 이 기간의 수입을 올해 3~4월과 비교해 25% 이상 감소해야 지원금이 나오는 것이다. 지난해 5~8월과 올 3월 인세 및 원고료를 받은 ㄴ씨의 경우 수입이 발생한 시점이 신청 요건에 포함된 기간이 아니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도, 이후에도 생활이 궁핍했던 시인 ㄷ씨 역시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예술활동으로 인한 소득은 월평균 수십만원 수준으로, 그마저도 불규칙하게 들어오지만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소득의 차이가 없어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1일부터 시작된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신청자가 폭증하고 있지만, 프리랜서 예술인 등은 현실과 동떨어진 지원 요건 때문에 신청 자체를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고용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자영업자·특수고용직·프리랜서 등 114만명을 대상으로 1인당 월 50만원씩 최장 3개월 동안 총 150만원의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지급한다. 현장 접수는 다음달 1일부터 시작되며, 현재는 온라인 신청만 받고 있는데도 신청 접수 열흘 만에 47만건을 돌파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신청도 못하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고 전하고 있다. 지원금 신청을 하려면 지난해 3~4월, 10~11월, 12월~올해 1월 세 기간 가운데 한 군데 이상 소득이 발생해야 하며, 그 수입이 개인 연소득은 7000만원, 올해 가구소득 기준으로는 중위소득 150%(4인 가구 기준 세전 712만3761원) 이하이고, 해당 소득과 견줘 올 3~4월의 소득이 25% 이상 감소해야 한다. 소득 주기가 불규칙한 프리랜서 예술인들이 해당 요건에 들기 쉽지 않은 조건이다.
2018년 문체부의 문화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예술인의 72.5%는 프리랜서다. 또 42.6%는 부업을 하는 겸업 예술인이다. 예술 외 겸업을 하는 이유는 소득이 낮고(46.5%), 불규칙적(27.1%)이기 때문이란 게 압도적이었다.
코로나19 예술인위기극복센터 이길원 상담팀장은 “가족이나 부업 등 사회적 안정장치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지원에서 배제된다”며 “현재의 조건이라면 대다수 프리랜서 예술인들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지원 기준을 현실화하고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윤 중앙대 교수는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예술인 등 프리랜서를 고용보험에 가입시켜야 한다는 데까지는 인식의 진전이 이뤄졌지만 제도들은 여전히 임금노동자 중심으로 설계되고 있다”며 “일의 모습이 변화하고 있다는 현실을 좀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June 14, 2020 at 07:02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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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 위한 긴급지원금, 못 받는 예술인들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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