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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음식점 수저통은 가라… 따로 내고, 덜어 먹고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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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가 ‘클린&안심 경북’ 캠페인 동참 업체에 지원하는 ‘안심접시’ / 경상북도 제공

경상북도가 ‘클린&안심 경북’ 캠페인 동참 업체에 지원하는 ‘안심접시’ / 경상북도 제공

경북 안동의 어느 한우집. 구이를 주문하면 명이나물·백김치·해파리무침·샐러드 등 반찬접시가 상을 덮는다. 마늘과 쌈장이 담긴 두 칸짜리 종지와 소금 종지, 양파채 그릇은 일인당 하나씩 나간다. 상 한쪽에는 수저통이 딸려 있다. 여느 고깃집과 비슷한 구조다. 최근 사소하고도 큰 변화가 생겼다. 손님에게 일일이 네 칸으로 된 ‘안심접시’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집게로 여러 가지 반찬을 종류별로 옮겨 담을 수 있도록 했다. 더 이상 손님이 수저통 속을 만지작거리지 않아도 된다. 상차림을 할 때 수저를 따로 내고 있다. 이 식당은 경상북도가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추진하는 식사문화 개선 캠페인에 참여 중이다. 총괄관리인 차종학씨는 “식당 입장에선 안전한 인상을 전할 수 있고, 손님 입장에선 위생적으로 음식을 드실 수 있어 좋다”며 “다들 덜어 먹기에 잘 동참해주시고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달리 먹어봅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한 냄비, 한 접시에 음식을 담아 여럿이 같이 먹는 한국의 식사문화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부도 식사문화 개선에 팔을 걷어붙였다. 밥상도 ‘뉴노멀’을 맞을 때가 왔다.

“다중이용시설 중 식당은 감염 위험이 매우 높다. 일상생활에서 늘 이용하는 곳이므로 음식 덜어 먹기, 지그재그 앉기, 식사 시 대화 자제 등의 거리 두기 수칙을 준수해달라.”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6월 18일 중대본 회의에서 “코로나19가 수도권 일상 곳곳으로 파고들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발생 초기부터 식사하며 감염된 사례가 잇따랐다. 찌개와 반찬을 함께 먹는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고, 정부도 이참에 바꿔보자고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식사문화 개선 추진방안’을 마련했다. 3대 식사문화 개선과제로 음식 덜어 먹기, 위생적 수저 관리, 종사자 마스크 쓰기를 꼽았다. 음식 제공방식, 조리기구 관리 등 세부 실천 수칙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지자체와 외식단체를 통해 보급하기로 했다. 공모전을 열어 외식업체가 활용할 수 있는 식기와 도구 발굴에도 나선다. 외식업체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개인 접시 같은 물품도 지원할 계획이다. 종사자 마스크 쓰기, 소독장치 구비 등 업체가 어느 때나 방역에 신경 쓸 수 있도록 법령 개정도 추진한다. ‘더불어 챌린지’로 의료진을 격려했듯 식사문화를 바꾸자는 소셜미디어(SNS) 캠페인도 벌일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식사문화 개선을 위해 마련한 1인 반상 시안. / 농식품부 제공

농림축산식품부가 식사문화 개선을 위해 마련한 1인 반상 시안. / 농식품부 제공

외식업계도 달라지고 있다. 여름 별미 ‘팥빙수’도 테이크아웃 컵이나 작은 그릇에 담아내는 1인 메뉴로 나오고 있다. 찌개처럼 여러 숟가락이 빙수 그릇에 오가던 모습은 올여름 줄어들 전망이다. 1인 샤브샤브 전문점, 1인 반상 메뉴를 선보이는 한식당도 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제품과 서비스가 꾸준히 개발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여파로 그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찌개와 반찬을 함께 먹는 식습관을 위생상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식 세계화의 방해 요소로도 거론됐다. 한국인 특유의 정이 녹아 있다고 보는 시각과 비위생적이라는 시각이 공존했다. 다만 지금의 식사문화는 엄밀히 따지면 전통이 아니다.

조선시대 양반들은 독상에서 밥을 먹었다. 남녀에 분별이 있고 어른과 아이 사이에 순서가 있다는 유교적 가치관에 따른 것이었다. 소반 위에는 밥 한 그릇, 국 한 그릇, 반찬 몇 가지만 올랐다. 왕실이나 관청의 연회를 그린 그림에도 여럿이 독상에서 각자 식사하는 모습이 나온다.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민속학대학원 교수는 “19세기 들어 중인들도 양반 남성을 닮아가서 독상 받는 분위기가 주류처럼 여겨졌다. 20세기에는 서구에서 ‘가정경영의 효율성’이라는 주제가 건너오면서 공동식탁을 사용하자는 캠페인이 시작됐다. 여성의 가사노동력이 식사를 차리는 데 쏠리는 문제도 해결하고 가족의 화목을 위해서도 같이 식사하는 것을 권장했다”고 말했다.

1949년 8월 문교부는 ‘국민의식생활개선 실천요항’을 발표하는데 그중 하나가 ‘가족이 각상에서 식사하는 폐를 없애 공동식탁을 쓸 것’이다. 주 교수는 “1960년대 산업화로 농촌에서 도시로의 이주가 늘고, 도시의 주거공간이 작아지면서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하게 되고 음식점도 바뀌었다”며 “그렇게 밥과 국, 수저만 내 것이고 나머지는 나누는 것이 한국식 기준이 됐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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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캠페인을 넘어

직장인 장모씨(36)는 기존의 식사문화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 최근 업무 관계자들과 퇴근 후 고깃집을 찾았다. 원래 직원이 구워주는 방식이라 개인 젓가락이 불판으로 향할 일은 없었다. 기본 찬으로 나온 계란찜은 함께 떠먹었고, 입가심으로 주문한 볶음밥도 마찬가지였다. 장씨는 코로나19 이후에도 “마스크 쓰기처럼 기본적인 것만 하면 (전염병에) 걸리고 안 걸리고는 내 손을 떠나는 영역 같다”며 식사 방식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식사 방식을 신경 쓰는 사람이 있거나, 다들 덜어 먹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개인도, 식당도 식사문화를 바꿔나가는 데 동참할 유인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단순한 캠페인으로는 수십 년간 뿌리내린 식사문화를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영하 교수는 “단순히 국민을 계몽하기보다, 음식점 업주들에게 강요하기보다는 자발적으로 바꿔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일반 시민과 업주·지자체 등 다양한 주체들이 어떻게 하면 인간미를 잃지 않고 식사할 수 있을지, 밖에선 1인상으로 하고 집에서만 모여 먹을 건지 등을 토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의 한우집을 관리하는 차종학씨도 “(정부와 지자체가) 수저를 놓는 방식같이 작고 세세한 부분까지 안내하고 지원한다면 더 많은 업체가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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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 2020 at 03:09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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