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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은 근대에 상상된 것이라고? 고대로부터 존재했다!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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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에선 민족과 민족주의가 고대로부터 존재했으며, 근대화를 통해 변형되고 크게 강화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진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당시 광화문 광장에 모여 대형 태극기를 들고 축구 대표팀을 응원하는 시민들의 모습.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민족>에선 민족과 민족주의가 고대로부터 존재했으며, 근대화를 통해 변형되고 크게 강화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진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당시 광화문 광장에 모여 대형 태극기를 들고 축구 대표팀을 응원하는 시민들의 모습.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민족

아자 가트·알렉산더 야콥슨 지음, 유나영 옮김/교유서가/608쪽/3만2000원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한민족이라 부른다. 반만년 역사를 외침으로 점철된 고난의 역사로 규정하면서, 이순신 장군 같은 국난 극복의 영웅과 외세에 맞선 민초들 이야기에 감동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민족이라는 것이 ‘만들어진’, 근대의 산물이라니. 베네딕트 앤더슨은 1983년 <상상된 공동체>를 통해 ‘민족은 실재하는 것이 아닌 근대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정치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그의 분석에 동의하더라도, ‘한국인’으로선 석연찮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민족>은 민족과 민족주의가 근대에 상상된 혹은 발명된 것이라는 주장을 반박하는 책이다. 민족과 민족국가는 수천년 전 국가가 시작된 이래 존재해왔다는 것이다. 책에선 종족성과 민족주의의 근원을 추적하면서 국가와 제국의 발생으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민족’의 성격과 역할 그리고 의미를 새롭게 조명해낸다.

오늘날 민족에 대한 학제적 입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민족이 근대에 탄생한 역사적 구성물이라고 보는 ‘근대주의’, 그리고 민족이 근대 이전에 기원을 둔다고 보는 ‘전통주의’이다. 저자들은 민족주의가 ‘방안의 코끼리’ 같다고 말한다. 저마다 다른 부위를 만져보고 제각기 다른 결론을 내린다는 것이다. 특히 “중세 유럽을 포함한 전근대 세계의 사람들에게 민족 개념이 알려지지 않았거나 중요하지 않았거나 정치적 의미가 없었다는 생각은 근대 사회 이론이 범한 가장 큰 착오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민족주의는 정치적 종족성이라는 광범위한 현상의 한 형태”이다. ‘종족(ethnos)/인족(people)/민족(nation)’의 구분으로부터 출발한다. 종족이란 상상 혹은 실제의 친족과 문화를 공유하는 집단이며, 인족이란 친족과 문화를 공유한다는 뚜렷한 의식을 지닌 집단이다. 민족은 친족과 문화를 공유한다는 뚜렷한 의식을 지녔으며 국가 내에서 정치적 주권·자치권을 가졌거나 이를 추구하는 집단이다. 여기서 혈통 대신 ‘친족 의식’을 공유한다는 것은 집단의 확장성을 의미한다. 또한 종족이라는 집단을 이루는 현상이 자신과 더 많은 유전자를 공유하는 친족을 선호하는 인간 성향에 뿌리박고 있다고 주장한다. 민족은 인간 본성에 토대를 두며, 이것이 민족주의가 원초적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라는 것이다.

‘민족’은 근대에 상상된 것이라고? 고대로부터 존재했다!

책에선 이러한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유럽만이 아니라 근동과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 등 전 세계 모든 지역으로 사례 연구를 확장한다. 근대와 민족을 결부시킨 연구들의 유럽 편중을 비판하며, 민족과 민족국가가 고대로부터 세계사에 팽배한 현상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동아시아는 어떨까. 근대 민족주의 관점에선 봉건 시대에는 자신들이 알고 만나는 범위까지의 사람들만 공동체 의식을 지닐 수 있었고, 중앙의 엘리트들은 이방인들만큼이나 이질적인 존재다. 근대 사회에 오면서 인쇄술 등 기술 발달로 지식이 전달되고 언어의 표준화가 이뤄지면서 민족을 형성해 나간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문자 문화, 대중 교육, 보편 군역은 근대적 민족 정체성을 빚어내는 도구로 간주된다.

전근대 중국은 민족국가일까 아닐까. 중국의 기원전 통일 왕조들은 한자를 도입했으며, 중국인의 상당수는 한족이며, 모어로 북방어 방언을 사용해왔다. 과거 시험을 통해 유교 관료 집단을 선발했으며, 나라에선 곳곳에 학교를 세웠다. 모든 남성에게 보편적 군역을 지웠는데, 이는 다른 지방 사람들과 접촉을 만들어 내고 황제와 국가에 대한 봉사 정신을 주입시켰다. 송나라나 명나라 때 오랑캐 침략을 받았을 때는 애국적 민족주의가 발흥해 민간인들이 저항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도 책 주제에 걸맞는 고전적 사례다. 한반도의 독립 왕국들은 한자(15세기 한글을 창안), 불교, 국가적 유교를 비롯한 중국 문화의 많은 특징을 흡수했으며, 외세의 침략과 지배를 겪으면서도 대체로 통일과 독립을 유지해왔다. 저자들은 묻는다. “외견상 엘리트 지배와 계급 분열로 규정되는 전근대 국가사회에서, 집단 정체성이 정치적으로 중요하지 않았다면 어째서 이런 놀라운 일치가 이토록 오랫동안, 강대한 이웃나라들을 이겨내고 끈질기게 지속되었는가”. 일본 역시 근대화 과정에서 열정적으로 고취했던 민족주의 에토스가 단순히 메이지 유신의 주역들이 ‘발명’해낸 것으로만 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가능하다.

근대화가 민족 현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핵심은 전근대 민족/민족주의가 근대의 것과 동일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정한 민족 정체성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16~17세기 러시아인들은 뚜렷한 민족의식을 지니고 있었다. 다만 푸시킨, 알렉산드르 3세, 레닌의 그것과 같은 형태의 민족의식이 아니었을 뿐이다.”

유럽연합의 이민자 진통, 탈식민 국가들의 혼란상에서 보듯 오늘날에도 민족은 문제적이다. 저자들은 민족의 신화와 시대착오를 폭로한 기획이 20세기 전반 공격적·국수적 민족주의의 발현 때문이었음을 짚어낸다. 그럼에도 민족이 근대에 구성된 산물이라는 주장은 ‘이제는 해체를 요하는 개념’이라고 말한다. “계몽주의의 가치를 옹호하는 이들은 민족주의의 해방적인 측면(민주화·자유화)과 공격적·폭력적인 측면을 둘 다 인식해왔다. 전자를 극대화하고 후자를 억제하려면 그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민족’은 근대에 상상된 것이라고? 고대로부터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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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8, 2020 at 09:37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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