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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메모]사람 죽어도 ‘생산 차질’ 걱정만?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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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죽어도 ‘생산 차질’ 걱정만?

‘[단독] 현대차 ’팰리세이드·코나’ 생산 중단 위기’. 일터에서 작동하던 기계에 끼여 비참하게 목숨을 잃은 한 노동자의 죽음은 이렇게 제목이 붙은 한 경제지 기사로 처음 알려졌다. 지난 11일 밤 현대차 1차 협력업체인 울산 덕양산업 사내하청업체 소속 50대 노동자는 운전석 모듈 생산라인에서 일하다 갑자기 내려온 금형에 끼여 숨졌다. 15일 현재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이 해당 4개 라인에 대해 작업중지명령을 내리고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위 기사는 ‘현대자동차의 인기 모델인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팰리세이드와 소형 SUV 코나 생산에 빨간불이 켜졌다’로 시작한다. 사람이 죽었는데 기업 돈벌이를 먼저 따진다. 이날까지도 사고를 전하는 기사 대부분이 현대차의 생산 차질을 걱정하는 내용이다. 기계가 오작동한 것은 아닌지, 안전장치는 있었는지, 있었다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등 사망 원인을 다루는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기사를 읽다 보면 망자에게 생산 차질의 책임을 탓하는 듯한 인상마저 든다.

한국사회에서 산업재해는 너무 흔한 뉴스다. 대부분 단신으로 처리되지만, 짧은 기사로도 쓰이지 않는 사례가 훨씬 많다. 지난해에만 2020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숨졌다. 하루 5.5명꼴이다. 대통령이 나서 ‘임기 내 산재 사고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했지만, 올해 1~3월까지 562명이 산재로 사망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오히려 3.7%(20명) 늘었다. 이번 죽음은 ‘현대차 생산 중단 위기’라는 제목으로라도 세상에 알려졌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지도·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고 발생 시 기업이 입는 손해가 사고 예방에 드는 비용을 압도한다면 예방조치에 나서지 않을 기업은 없을 것이다. 2008년 노동자 40명이 숨진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고 당시 기업에 매겨진 벌금은 노동자 1명당 50만원에 불과했다. 그리고 12년 후인 올해 4월29일 이천 물류창고에서 또다시 발생한 화재로 38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지난 11일 정의당은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중대재해 기업 및 책임자 처벌법’을 발의했다. 고 노회찬 의원이 20대 국회에서 발의했지만 폐기된 법안이다. 법안에는 산재 발생시 위험 방지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21대 국회에서는 일터에서 노동자가 어이없게 죽는 일을 획기적으로 줄일 계기가 마련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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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15, 2020 at 03:29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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