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형사법 원칙 어긋난 내용 다수…어이없는 ‘조두순 방지법’ - 경향신문

was-trend-was.blogspot.com
2020.09.15 21:08 입력 2020.09.15 23:21 수정
글자 크기 변경
성범죄자 처벌 강화 골자…‘이중처벌 금지’ 등과 충돌‘가해자 괴물 만들기’식…국민 공분만 반영한 포퓰리즘

성범죄자 위치추적 관제센터에서 직원들이 대상자의 이동경로를 확인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성범죄자 위치추적 관제센터에서 직원들이 대상자의 이동경로를 확인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올해 말 초등학생 납치·성폭행범 조두순의 출소를 앞두고 여야가 경쟁적으로 ‘조두순 방지법’을 쏟아내고 있다. 대부분 성범죄자 처벌 강화를 뼈대로 한 법안이다. 하지만 죄형법정주의 등 형사법 원칙에 어긋나거나 당장의 국민적 공분만 반영한 포퓰리즘성 내용이 주로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성범죄 재발 방지를 위해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가해자 괴물 만들기’식의 처벌보다 예방과 사후 대처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사법기관의 전문성 제고와 교육 강화 등 근본 대책을 주문했다.

경향신문이 15일 여야의 ‘조두순 관련 법안’을 분석한 결과 기존 사법체계를 뛰어넘는 인권침해성 내용이 다수 확인됐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아동 대상 성범죄자를 출소 후 1~10년 보호수용시설에 수용해 관리하는 내용의 ‘조두순 격리 법안’(보호수용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사상범을 출소 후에도 감시할 수 있게 해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는 보안관찰법과 유사하다. ‘흉악범’을 얼마나 오래 추가로 구금할지 기준이 모호한 데다 헌법상 ‘이중처벌 금지’ 원칙에도 반한다.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4일 발의한 ‘조두순 감시법’(전자장치부착법 개정안)도 기본권 제한 내용을 담고 있다. 미성년자 성폭력으로 전자발찌를 찬 사람이 주거지에서 200m 이상 벗어나지 못하게 한 것은 사실상 가택연금으로 사회복귀를 막고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필요한 경우 음주도 금지할 수 있게 했는데 과도한 제한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같은 당 김영호 의원은 지난달 13세 미만 아동 대상 강간·강제추행 재범자 등을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처하게 하는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 역시 비례성을 강조한 형사법 기본원칙에 어긋난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국선 전담 변호인으로 연간 200여건의 아동·장애인 성폭력 사건을 지원하는 신진희 변호사는 “머리 쓰다듬기·볼 꼬집기 등 경미한 추행도 점점 처벌이 무거워지고 있다. 성범죄의 종류와 형태가 다양한데 형벌을 종신형으로 단순화하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법 체계상 형평성 지적을 인정하면서도 “국민 법감정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범죄인 악마화, 처벌 강화 등 손쉬운 해결책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 “생명권을 침해한 살인죄보다도 성범죄 형량이 더 높아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근 성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졌지만, 그 결과 성범죄가 줄어들었다고 보긴 힘들다. 여성가족부 자료를 보면 2013년 14만5446건이던 성폭력 피해 상담건수는 2019년 27만6122건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잇단 미투 사건 등의 영향으로 피해자들의 신고와 상담이 늘었다는 걸 감안해도 증가폭이 가파르다. 성범죄를 줄이고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선 처벌 강화 외에도 성범죄를 가능케 한 사회구조적 원인과 문화적 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게 여성계의 오랜 주장이다.

조영관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아동 성범죄는 죄질이 나쁘고 가중처벌할 필요성이 있지만 법이 정한 테두리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이중처벌 등 죄형법정주의의 한계를 넘어선 입법은 실효성도 적고 법률적 시비만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정형의 상한선보다 하한선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피해자와의 합의를 이유로 감형돼 집행유예를 받는 등 ‘솜방망이 처벌’을 막기 위해선 최고가 아니라 최저 형량을 높여 판사의 작량감경(판사 재량으로 형을 줄여주는 것) 여지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실형 선고율이 높아질수록 ‘성범죄는 무겁게 처벌받는다’는 인식이 생겨 범죄 억지력도 높아지게 된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조두순이 출소 전 550시간의 성폭력 치료 교육을 받는다는데 내용이 얼마나 체계적이고 효과 있는지 따져보는 사람이 없다”며 “재범 방지를 위해 실효적인 교육이 이뤄지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이 소장은 “아동 관련 성범죄를 처리하려면 전문성이 중요하다”며 “수사·사법기관에 성범죄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한 입법 지원이 집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Let's block ads! (Why?)




September 15, 2020 at 07:08PM
https://ift.tt/3iArHwx

형사법 원칙 어긋난 내용 다수…어이없는 ‘조두순 방지법’ - 경향신문

https://ift.tt/2Yts9ni


Bagikan Berita Ini

0 Response to "형사법 원칙 어긋난 내용 다수…어이없는 ‘조두순 방지법’ - 경향신문"

Post a Comment

Powered by Blog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