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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외모지상주의 꼬집는 기이한 상상력…깊이가 아쉽다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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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9 11:26 입력 2020.09.09 22: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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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기기괴괴 성형수’

성형수로 미인이 되는 예지를 통해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한 애니메이션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의 한 장면. 트리플픽처스 제공

성형수로 미인이 되는 예지를 통해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한 애니메이션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의 한 장면. 트리플픽처스 제공

기발하다기보다는 기이한 상상력이라고 하는 게 적당하겠다.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성형중독에 빠진 여성들을 조소하는 이야기로도 읽힌다. 9일 개봉한 한국 애니메이션 <기기괴괴 성형수>(성형수)는 제목만큼이나 기괴한 작품이다.

인기 연예인 미리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는 주인공 예지는 못생긴 얼굴과 뚱뚱한 몸매로 외모비하에 시달린다. 같이 일하는 동료는 물론 편의점 직원,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까지 예지를 무시한다. 예지는 어려서 발레에 재능을 보였지만 외모 때문에 포기했던 전력도 있어 점차 열등감이 커진다. 미리가 출연하는 홈쇼핑 방송에 함께 나간 예지는 악플의 대상이 되고 일을 그만둔다.

방문 밖으로도 나가지 못한 채 스스로를 학대하던 예지에게 누군가 ‘성형수’를 보낸다. 예지는 반신반의하지만 결국 성형수를 사용하고, 하루아침에 얼굴이 바뀐다. 예지는 거액을 들여 온몸도 성형하는 데 성공하고 ‘외모의 권력’을 마음껏 누린다. 예지는 그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주변에서도 예지를 그대로 두지 않는다.

<성형수>는 지금도 연재 중인 오성대 작가의 네이버 웹툰 <기기괴괴> 시리즈의 에피소드 ‘성형수’를 원작으로 만들었다. 2015년 2월부터 4월까지 11회로 연재된 ‘성형수’는 큰 인기를 모았고, 이에 힘입어 프리퀄에 해당하는 ‘성형귀’, 공식 속편 ‘뉴 성형수’까지 나왔다.

웹툰 설정 그대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지 않았다. 웹툰에서 특별한 직업이 없었던 예지는 애니메이션에서는 연예계 종사자다. 외모지상주의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는 공간에서 일한다. 웹툰에서 예지는 ‘노력 없이 예뻐지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로 성형수를 사용한다. 별다른 배경 설명이 없다. 반면 애니메이션은 예지의 변신에 훨씬 더 많은 정당성을 부여한다. 웹툰보다 더 많은 장면을 현실 묘사에 할애한다. 애니메이션 속 예지는 못생겼다는 이유로 사방이 적이다.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도 쉽지 않다. 지옥 같은 현실을 벗어나려면 예뻐지는 것뿐이다. 웹툰에는 전혀 없던 예지의 과거사도 애니메이션 전개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아쉬운 점도 있다.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겠다는 의도가 읽히지만 그리 깊이 들어가지는 못한다. 예지가 외모를 바꾼 뒤 하는 일은 남자를 만나는 것뿐이다. 남자들을 계층별로 만나고 그중에서 고를 수 있다는 것이 예지에게 생긴 권력의 전부다. 외모가 극적으로 바뀌었지만 예지의 내면은 그대로다. 외모지상주의를 만든 이 사회를 비판하기보다는, 자신의 외모에, 궁극적으로는 남자에 매달리는 여자들을 비꼬는 것으로 보일 우려도 있다. 웹툰과 마찬가지로 영화 속에서도 죽고 죽이는 사람들은 모두 여자다.

에스에스애니멘과 스튜디오애니멀이 공동 제작하고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원했다. 26회 프랑스 에트랑제 국제영화제, 24회 캐나다 판타지아 인터내셔널 필름 페스티벌, 24회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다수의 국내외 영화제에 출품됐다. 지난 6월에는 프랑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장편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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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09, 2020 at 09:26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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