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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청문회 증거 위조 공방…정경심은 ‘교사범’인가 ‘공범’인가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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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5 08:52 입력 2020.06.25 09: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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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형사사건 증거를 위조했으니 무죄냐, 아니면 남에게 증거를 위조하게 시켰으니 유죄냐.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임정엽) 심리로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열아홉번째 공판에서는 ‘증거 위조 교사’ 혐의가 죄가 되는지 여부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공소사실은 지난해 8월 조 전 장관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사모펀드 의혹이 불거지자 조 전 장관과 정 교수가 청문회준비단에 제출할 ‘펀드 운용현황보고서’를 본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위조하도록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관계자들에게 지시했다는 것이다.

25일 경향신문은 증거 위조 교사 범행을 둘러싼 양측 입장을 자세히 취재했다. 쟁점은 조 전 장관 부부와 코링크PE 관계자들이 본인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위조해 죄가 안 되는지, 아니면 조 전 장관 부부가 코링크PE 관계자에게 증거를 위조하게 시켜 죄가 되는지다. 형법 제155조 제1항은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하면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위조하는 것은 방어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고 처벌하지 않는다. 하지만 타인에게 증거 위조 행위를 ‘교사’한 것은 방어권을 넘어선 행위로 보고 처벌한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 우철훈 선임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 우철훈 선임기자

■정경심 “이상훈, 사모펀드 범행에 책임 있다”

문제는 조 전 장관 부부에게 증거 위조 지시를 받은 코링크PE 관계자들이 사모펀드 범행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공소장에는 “피고인(정경심)은 코링크PE 임직원인 이상훈, 이○○, 임○○ 등으로 하여금 피고인 등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위조하도록 교사했다”고 적혀 있다.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정 교수 측은 이상훈 코링크PE 대표이사는 본인의 형사사건과 관련된 증거를 위조한 것이기 때문에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지난 18일 공판에서 정 교수 측 서형석 변호사는 “이상훈은 범행에 대해 아무 책임이 없느냐”며 “검찰에서 피의자신문조사를 18번 받지 않았느냐”고 따져물었다.

이 대표는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18번 받았지만 기소는 되지 않았다. 검찰은 코링크PE 회삿돈을 컨설팅비 명목으로 정 교수에게 지급한 업무상 횡령 범행 등과 관련해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범동씨와 정 교수를 공범으로 기소했다. 정 교수 측은 이 대표가 기소될 가능성이 있었던 만큼 본인 형사사건의 증거를 위조해 죄가 안 된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범인이 형사처벌이 두려워 증거를 인멸했는데 결과적으로 다른 공범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게 됐다면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즉 이 대표 본인이 형사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정 교수의 증거를 인멸했더라도 죄가 안 된다는 것이다.

■검찰 “다른 코링크PE 관계자는 범행 관련성 없다”

반면 검찰은 당시 청문회 정국에서 이 대표는 형사처벌을 두려워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반박한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이 대표도 검찰 입장에 부합하는 증언을 한 건 사실이다. ‘정 교수 남동생의 이름을 숨기려고 했던 이유가 코링크PE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그런 것이냐’는 재판부 질문에 이 대표는 “아니다. 그 당시 기자들이 너무 찾아오고 논란이 돼서 그런 것”이라고 답했다.

검찰은 정 교수 측 주장대로 이 대표가 본인 증거를 인멸한 것이라고 해도 ‘피교사자’로 돼 있는 이모씨, 임모씨 등 다른 코링크PE 관계자들은 사모펀드 범행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본다. 조 전 장관과 정 교수가 업무상 횡령 의혹에서 자유로운 다른 코링크PE 관계자들에게 증거 위조 범행을 실행하도록 ‘교사’했으므로 죄가 성립된다는 취지다.

■검찰 “포괄적 지시 있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코링크PE 관계자들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응하도록 ‘포괄적’으로 지시를 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8월 언론에서 처음으로 사모펀드 의혹을 제기한 이후부터 내내 코링크PE 관계자들이 정 교수의 일방적인 지시에 따르도록 범행 구조가 짜여졌다는 것이다.

공소사실을 보면, 정 교수는 지난해 8월14일 ‘블라인드 펀드여서 출자자는 투자처를 모른다’는 허위 내용을 언론 해명 자료에 포함시키라고 지시했다고 돼 있다. 검찰은 조 전 장관과 정 교수가 투자처를 알면서도 허위로 대응했다고 주장한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8월14일 피고인의 지시는 그 이후 (청문회에) 각 대응하는 과정에서 구체화되고, 계속적으로 유지가 되는 관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즉 정 교수의 언론 해명 자료에 대한 교사 행위가 포괄적·계속적으로 이어져서 코링크PE 관계자들이 ‘펀드 운영현황보고서’에 ‘블라인드 펀드여서 출자자는 투자처를 모른다’ 같은 내용을 포함시켰다는 논리다. 검찰은 코링크PE관계자들에게는 10억원을 투자한 정 교수가 ‘갑’의 위치에 있었다고 본다.

■재판부 “교사범 역할 불분명해”

다만 재판부는 검찰 주장에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이날 공판에서 주심 판사인 권성수 부장판사는 “피고인(정경심)이 언제, 누구에게, 어떤 방법으로, 어떤 지시를 해서 위조 교사를 했다는 것인지 기재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공소장을 보면 정 교수가 코링크PE 관계자들에게 사전 지시를 해 ‘펀드 운영현황보고서’가 위조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코링크PE 관계자들이 ‘펀드 운영현황보고서’ 초안을 작성한 뒤 정 교수와 사후 협의를 한 것처럼 공소사실이 읽힌다고 설명했다. 마침 이날 이 대표의 증인신문 과정에서도 정 교수의 사전 지시를 명확히 입증할 만한 증언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다.이 대표는 “작성한 내용을 변경하라는 지시는 없었다” “장황한 문구를 정리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정 교수의 교사 행위를 얼마나 입증하는지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증거 위조 교사의 구성요건은 ‘교사자의 교사 행위’와 ‘피교사자의 실행 행위’다. 두 가지 모두가 명확히 입증돼야 한다. 권 부장판사는 “교사범의 법리로 봤을 때 교사범이 범의를 일으켜서 범죄에 이르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가 고의성을 갖고 코링크PE 관계자들에게 증거 위조를 지시했는지에 대해 입증이 더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만약 교사 행위가 구체적으로 입증이 되지 않는다면 ‘교사범’이 아니라 다른 공범들과 공동으로 범행을 저지른 ‘공동정범’이 되므로 무죄가 된다. 이날 검찰은 “이 부분(교사 행위)은 수사 과정에서 수사했지만 명확하게 입증이 안 된 상태는 맞다”며 구체적인 사실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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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5, 2020 at 06:52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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