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8개월차였던 체고파트소 퓰레(28)가 지난 8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칼에 찔려 숨진 채 나무에 매달린 상태로 발견됐다. |트위터 갈무리
백인 경찰의 흑인 살해 사건이 미국 전역을 흔든 가운데, 아프리카에서도 여성 폭력 반대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28세 임산부의 주검이 칼에 찔려 나무에 매달린 채 발견되는 사건을 계기로 가해자 처벌 여론이 빗발쳤다. 나이지리아에서도 참혹한 강간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소셜미디어에 ‘#우리는 지쳤다’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여성 폭력 문제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나섰다.
최근 남아공에는 여성 살인 범죄 3건이 연달아 벌어졌다. 지난 8일(현지시간) 요하네스버그에서 임신 8개월 차인 체고파트소 퓰레(28)가 칼에 찔려 숨진 상태로 나무에 매달린 채 발견됐다. 13일엔 남부 항구도시 모셀베이에서 날레디 판긴다와우(25)가 전 남자친구에게 칼과 도끼로 잔혹하게 살해당해 가해자에 대한 보석 석방 반대 운동이 일었다. 12일엔 신원 미상의 젊은 여성이 요하네스버그 소웨토 지역의 나무 밑에서 살해된 채 발견됐다. 소셜미디어에서는 피해자들의 이름을 딴 ‘#체고에게 정의를’, ‘#날레디에게 정의를’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다.
여론이 악화하자 남아공 대통령까지 나섰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14일 세 사건을 언급한 뒤 “어둡고 부끄러운 한 주였다”면서 “젠더 폭력을 둘러싼 침묵의 문화를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남아공 여성의 51%가 아는 사람에게 폭력을 당했다는 통계를 인용한 뒤 “젠더 폭력을 사적인 문제라거나 가족의 문제라고 간주하고 침묵한다면 우리도 공범이 된다”고 지적했다.
나이지리아에서도 지난달 남부 베닌시에서 대학생이던 우와베라 오모즈와(22)가 교회에 독서하러 들어갔다가 성폭행 후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져 거리 시위와 수천명의 온라인 청원이 벌어졌다. 북서부 지가와주에선 12세 소녀를 두 달 넘게 집단 강간한 가해자 11명이 무더기로 체포됐다. 수도 아부자 인근의 술레자에선 50대 남성이 2013년 부인 사망 이후 10대였던 두 딸을 7년간 강간했다가 지난달 체포됐다.
여성 인권활동가들은 소셜미디어에 ‘#우리는 지쳤다’는 해시태그 달기 운동을 벌였다. 시위대는 지난 9일 칼라바르, 라고스 등에서 “우리를 강간하지 말라”며 행진했다. 결국 전국 36개 주지사가 11일 여성과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강간을 비롯한 폭력에 대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무함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12일 대국민연설에서 “특히 매우 어린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 성폭행 사건들 때문에 괴롭다”며 관련 대책을 약속했다.
정부는 적극 대응을 약속했지만, 가해자가 유죄판결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BBC는 많은 피해자가 경찰의 2차 가해 우려와 사법기관에 대한 신뢰 부족 등을 이유로 신고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봉쇄령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폴린 탈렌 나이지리아 여성부장관은 12일 “이 나라에 늘 성폭행이 있지만,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집 안에 봉쇄되면서 여성과 아이들도 학대자들과 함께 봉쇄된 셈”이라고 했다.
June 15, 2020 at 01:07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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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여성 폭력에 비상사태 선포…“#우리는 지쳤다”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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