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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전태일' 이야기 담은 신문 배포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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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열사 50주기를 추모하고 ‘2020년 전태일’의 다른 이름인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조명한 ‘전태일50’ 신문이 나왔다.

전태일50 발행위원회는 10일 “전태일50 신문이 16면으로 10만부가 발행돼 전국에 배포됐다”고 밝혔다.

현직 언론사 기자, 사진가, 활동가들이 참여해 제작한 전태일50에는 오늘도 봉제공장에서 프리랜서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봉제공을 비롯해 방송계 프리랜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패션업계 어시스턴트 노동자, 사내하청 노동자, 특성화고 학생 등 2020년 전태일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과연 그럴까. 쉰여덟 살 봉제노동자 강명자는 열여섯살부터 미싱을 돌렸다. “43년째 ‘실밥’ 먹고 있으니까, 이만하면 미싱박사죠. 하지만 미싱박사면 뭣하나요. 젊을 때는 공순이란 소리 지긋지긋하게 들었고, 이젠 아무도 그런 소리 안 하지만, 처지는 뭐가 달라졌나 싶어요. 천대받던 공돌이 공순이를 말로만 얌전하게 부르는 게 비정규직 노동자잖아요. 정규직 노동자가 꿈인 세상, 비정규직 노동자는 일터에서 죽어나가는 세상이 잘 돌아가는 세상인가요. 미싱이 잘 돌아가는 건 맞아요, 세상이 잘 돌아가는지는 모르겠어요.” 젊은 시절, 짓밟힌 노동자의 권리를 외치다가 두들겨 맞기도 했다. 감옥에도 다녀왔다. “지금 내가 일하는 공장의 막내가 저예요. 칠순 노인네가 제일 큰 언니죠. 전태일과 같은 또래랍니다. 우리 전태일들은 미싱처럼 쉴 새 없이 잘도 돌았어요. 세상은 고장난 채 돌았죠. 여지껏 미싱사들은 4대보험도 없답니다.” 2020년 11월에도 강명자는 미싱을 돌렸다. 3평 남짓 작은 공장. 메뚜기처럼 이리저리, 이 미싱 저 미싱. 드르륵 드르륵 드르르륵. 50년 전 11월, 전태일이 태우려던 건 그의 몸이 아니었다. 노동자를 헌신짝으로 대하는 괴물세상이었다. 글·사진 노순택 작가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과연 그럴까. 쉰여덟 살 봉제노동자 강명자는 열여섯살부터 미싱을 돌렸다. “43년째 ‘실밥’ 먹고 있으니까, 이만하면 미싱박사죠. 하지만 미싱박사면 뭣하나요. 젊을 때는 공순이란 소리 지긋지긋하게 들었고, 이젠 아무도 그런 소리 안 하지만, 처지는 뭐가 달라졌나 싶어요. 천대받던 공돌이 공순이를 말로만 얌전하게 부르는 게 비정규직 노동자잖아요. 정규직 노동자가 꿈인 세상, 비정규직 노동자는 일터에서 죽어나가는 세상이 잘 돌아가는 세상인가요. 미싱이 잘 돌아가는 건 맞아요, 세상이 잘 돌아가는지는 모르겠어요.” 젊은 시절, 짓밟힌 노동자의 권리를 외치다가 두들겨 맞기도 했다. 감옥에도 다녀왔다. “지금 내가 일하는 공장의 막내가 저예요. 칠순 노인네가 제일 큰 언니죠. 전태일과 같은 또래랍니다. 우리 전태일들은 미싱처럼 쉴 새 없이 잘도 돌았어요. 세상은 고장난 채 돌았죠. 여지껏 미싱사들은 4대보험도 없답니다.” 2020년 11월에도 강명자는 미싱을 돌렸다. 3평 남짓 작은 공장. 메뚜기처럼 이리저리, 이 미싱 저 미싱. 드르륵 드르륵 드르르륵. 50년 전 11월, 전태일이 태우려던 건 그의 몸이 아니었다. 노동자를 헌신짝으로 대하는 괴물세상이었다. 글·사진 노순택 작가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가 쓴 전태일 열사와 이소선 여사의 가상 대화, 송경동 시인의 ‘이소선 어머니에서 김미숙 어머니까지’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홍세화 편집위원장의 ‘50년 뒤 묘역에서 만난 전태일’도 실렸다.

‘그 쇳물 쓰지 마라’ 함께 부르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뮤지션 하림 인터뷰, 50년 전의 직업병과 2020년의 직업병 비교, 빈곤한 공교육 틀 안의 노동인권교육, 50년 전 재일 조선인들한테도 영향 끼친 전태일의 항거 등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에서 지난 3년간 직장 내 성희롱 제보 486건을 전수 분석해 쓴 ‘줄지 않는 직장 성폭력’ 글, 지난 1년간 근로감독관 제보 159건을 전수 분석해 쓴 ‘대한민국 근로감독관 갑질 분석’ 글, 노순택 사진가의 ‘그을린 전태일의 달력’ 화보 등도 실렸다.

홍세화 편집위원장은 “후배들에게 등 떠밀려서 시작한 일이었다. 평소 자주 만나지 못했지만 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후배들이었다. 그래서 피할 수 없었다. 50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바뀌었나. 엄중하게 돌이켜보게 됐다. 이미 노동자는 하나가 아니어서 단결이 무너졌고, 차별이 제도화되면서 연대도 사라져간 오늘, 전태일이 살아있다면 무엇을 할까? 끝없이 질문을 던졌다”고 말했다.

신문은 1부당 1000원에 판매되며, 판매기금은 오늘날의 전태일인 비정규직·해고 노동자 연대 기금으로 사용된다. 지난 9일 기준 8만2700부가 사전 신청돼 전국으로 배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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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10, 2020 at 08:46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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